(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7년 만에 새로운 직업, 인생에 활력 생겼어요."
그룹 우주소녀 유연정이 올 한해 뮤지컬 활동을 시작하며 신인의 마음가짐과 무대 위의 떨림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고 이야기했다.
유연정은 올해 '리지'와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처음 뮤지컬 무대 위에 섰다. 지난달 15일 첫 공연을 시작한 창작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시청률 21.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당시 방영 채널인 tvN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 신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2022 일본 넷플릭스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제 4차 한류 붐을 일으켰다.
이번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어쩌면 해피엔딩' '젠틀맨스 가이드' 등에 참여한 박지혜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 '또 오해영' '시그널' 의 이상훈 작곡가가 뮤지컬 넘버를 제작했다. 원작에서 현빈이 분한 리정혁 역에는 민우혁, 이규형, 이장우가 캐스팅됐으며 손예진이 분한 윤세리 역에는 임혜영, 김려원, 나하나가 열연했다.
유연정은 드라마에서 서지혜가 연기한 서단으로 분했다. 서단은 평양 최고급 백화점 사장의 외동딸로 리정혁의 약혼녀지만, 10년을 기다려 온 약혼자를 어느 순간 잃어버리게 된다. 그는 극 중에서 서단으로 분해 구승준(테이, 이이경, 한승윤 분)과 함께 호흡했다.
유연정은 지난 2016년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로 데뷔해 '우주소녀'로 활동하고 있는 있다. 그룹 메인 보컬로 가창력을 뽐내온 유연정은 이번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탄탄한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앞으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유연정은 "원래 노래와 공연을 하는 사람이어서 뮤지컬 무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달랐다"라고 뮤지컬 데뷔를 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사랑의 불시착' 원작의 열렬한 팬이라면서 "애정하는 드라마인 만큼 뮤지컬도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뉴스1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유연정과 만나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과 그의 지난 데뷔 6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공연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을 하게 된 소감은.
▶첫 번째 뮤지컬 '리지'를 끝내고 한달 반만에 차기작을 했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간지 모르겠다. 벌써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창작 초연을 처음해봐서 어려운 게 많았다. 연출, 배우들이 머리 맞대고 대본 수정하고 가사도 바꿨다. 애정이 많이 간 작품인데 공연 회차가 10회도 안 남았다. 섭섭한 마음이 크다.
-처음 '사랑의 불시착'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원작 드라마를 너무 재밌게 봤다, 두세 번 봤는데 서단 역을 해달라고 제안이 왔을 때 너무 기뻤다. 드라마 할 때도 구승준 서단의 서사를 더 좋아했다. 진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애정하는 드라마인만큼 뮤지컬로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뮤지컬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가수 활동과 다른 점이 있나.
▶원래 공연하고 무대를 해서 크게 다를 게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너무 다르다. 원래 한 무대는 몇분 동안 짧고 굵게 표현하는 거라면 뮤지컬은 3시간 동안 스무명 가까이 되는 배우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야 했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몇십명에게 주는 피해가 상당했다. 청심환을 먹어도 효과를 못 봤다. 뮤지컬은 데뷔 무대 만큼 떨렸다. 뮤지컬은 하면 할수록 떨리는 장르다.
-뮤지컬에 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저는 대중 가요에서는 발성이 파워풀한 편이었다. 뮤지컬에서 크게 안 바꿔도 되겠구나 했는데 뮤지컬와서 보니 저는 목소리가 요만한(작은) 사람이었다. 가요에서는 멋스럽게 부른다고 과장하는 부분도 있어서 발음 고치는 게 어려웠다. 음악 감독님이랑 신생아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새로 배우기도 했다.
-유연정이 연기한 서단은 어땠나.
▶원작 드라마를 참고하려고 드라마 정주행했다. 그런데 연출님께서 드라마 보지 말라고 했다. 너가 연기하는 서단을 보고싶은 거지 서단을 연기하는 너를 보고싶은 게 아니라고 하더라. 그때부터 아예 안 봤다. 온전히 서단을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연기할까 싶은 마음으로 했다. 서단은 차가워보이지만 따뜻한 내면, 귀여운 매력이 있다. 그런 것을 무대 위에서 잘 표현해보고 싶었다.
-유연정과 서단을 비교했을 때는.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순진한 면이 닮지 않았나. 하하 서단은 연애를 모르는 바보같은 인물이다. 뮤지컬 안에서도 고승준에게 사랑하는 법, 연애하는 법을 배운다 평양 고급 백화점 고명딸이니 능수능란할 것 같지만 순진한 면을 가지고 있다. 저도 순진한 면을 닮은 것 같다.
-서단으로 구승준을 연기한 가수 테이, 배우 이이경, 가수 한승윤과 호흡은 어땠나.
▶승준과 서단의 사랑이 어려운 사랑이다. 오빠들이 이끌어준 힘이 어마어마했다. 연습실에서도 가능할까 싶었던 일들이 무대 위에서 가능했다. 세 명 승준의 매력이 다르다. 이경 오빠는 연습 할 때 매번 감정 신에서 울었다. 연습실에서 눈물 장면은 스킵할 수 있는데 (연습할때도)감정을 모두 다 보여줬다.
테이 오빠는 되게 편안하다. 연기를 하고 있으면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노하우와 경력의 편안함인 것 같다. 그래서 같이 하면 덜 떨린다. 한승윤 오빠는 입봉작인데도, 그게 안 떠오를만큼 잘 한다. 노래를 너무 잘 해서 관객 입장에서 들은 적도 있다. 같이 듀엣을 부를 때 너무 행복하다
-서단을 연기하면서 가장 애정하는 신이나 넘버가 있나.
▶서단이 승준이와 술을 마시면서 취중 진담을 한다. 항상 차갑고 차분한 서단이 술에 취해서 풀린 모습을 유일하게 승준이에게 보여준다. 그 장면이 좋았다. 객석에서 봤을 때 서단의 표정이 하나일 수 있겠다 싶었다. 세리처럼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캐릭터가 아니다. 표정을 한계적으로 짓고 있다가, 술 취해서 화낼 때는 유일하게 풀어진 순간이었다. 그 장면을 할 때는 너무 재밌고 편했다.
-우주소녀 멤버들은 '사랑의 불시착'을 보러 왔나.
▶저번 공연에 엑시 언니가 보러왔다. 너무 너무 잘 봤고 네가 무대위에 있는 것을 매번 볼 때마다 신기하다고 하더라. 다영이도 보러오려고 했는데 엑시 언니가 티켓팅을 잘못해서 못보고 돌아갔다. (웃음)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꼈나.
▶제가 극 현실주의 성격이다 멤버 MBTI 중에서 유일한 'ST'다. 제가 가장 현실적인 사람인데 뮤지컬 연기하면서 더 감성적이게 됐다. 생각이 이것저것 많아지게 됐다. 제 성격이 바뀌는 게 좋았다.
-벌써 데뷔 6년차를 맞았다. 지난 '아이오아이' 활동이나 '우주소녀' 활동을 돌아본다면.
▶이규형 오빠가 인터뷰에서 저에 대해 서바이벌을 통해 나와서 똘똘하고 야무지다고 말한 기사를 봤다. 저는 한번도 제가 똘똘하고 야무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왈가닥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주변에서 너는 야무지고 똘똘해서 앞으로 계속 뮤지컬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아이오아이, 우주소녀 등 어릴 때 했던 그룹 생활이 저의 그런 모습을 만들어준 것 같다. 어릴 때는 사회생활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돌이 직업이고 현장에 나온 게 사회생활이었다. 제가 일짝 사회생활을 시작한 거더라. 거기에서 주는 것들이 큰 것 같다.
'사랑의 불시착'을 함께 한 김려원 언니랑 친한데 12살 차이가 난다. 가장 막내인 승윤 오빠와도 6살 차이가 난다. 사람들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들과 어떻게 그렇게 잘 지내냐고 신기해하신다, '아이오아이' 하면서 어릴 때 했던 사회생활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가요와 뮤지컬을 오가면서 자신만의 적응 스킬이 있다면.
▶사실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배우님'이라는 호칭이 너무 오글거렸다. 이번 작품까지 하면서 많은 언니 오빠들과 지내면서 뮤지컬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 이제는 배우라는 말이 덜 어색해졌다. 뮤지컬은 너무 매력적인 장르다.
-올 한해 뮤지컬 활동이 나에게 준 의미가 있나.
▶7년 동안 아이돌 생활을 하니 익숙해지고 당연해지는 부분도 있다. 음악방송 하면서 떨린 게 안 떨리게 되고 콘서트에서도 예전보다 덜 떨리게 됐다. 연차가 주는 당연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뮤지컬은 제가 그동안 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7년 만의 새로운 직업이었다. 무대에서 주는 떨림도 오랜만에 느껴봤고,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된거니 신인때 했던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인생에 활력이 생겼다. 뮤지컬을 10년 넘게 하는 언니들을 보면 매 공연마다 떨더라. 뮤지컬은 라이브로 3시간을 이끌어야 했다. 편집도 없다. 생생한 현장 속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매번 떨면서 무대한다. 그런 게 재밌다.
-배우로서 더하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유연정이 나오면 믿고 본다는 말을 듣고 싶다. 뮤지컬이 싼 가격은 아니다. 매체 드라마는 TV에 나오면 볼 수 있다. 뮤지컬은 관객이 의지를 가지고 (티켓을)사서 봐야 한다. 유연정이 나오면 믿고 볼수 있다는 수식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