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형 비중 압도적인
은행·보험사 요청 받아들여
금감원 '통합연금 포털'서 삭제
잘 나갈 때 공시 혜택 본 증권사
폭락장에선 덮을 수 있어 '조용'
은행·보험사 요청 받아들여
금감원 '통합연금 포털'서 삭제
잘 나갈 때 공시 혜택 본 증권사
폭락장에선 덮을 수 있어 '조용'
■퇴직연금 합계수익률 제공 안해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통합연금 포털'에 3·4분기 퇴직연금 현황을 공시하면서 합계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과거 공개했던 것까지 모두 삭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합계 수익률로 금융사들의 퇴직연금 운용 실력을 가늠하는 여론이 많았지만 이는 정확한 수익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7월 합계 수익률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퇴직연금 시행규칙을 고쳤다. 금감원은 과거 연금포털에 금융사별 수익률을 원리금 보장형, 비보장형, 합계 등 세 가지 형태로 제공했다. 소비자들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각 금융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와 함께 장단기 수익률을 보고 퇴직연금 가입을 고려하거나 금융사의 운용 실력을 평가한다. 그동안 증권사를 제외한 은행, 보험사들은 합계 수익률 공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합계 수익률은 적립금을 가중평가해서 구한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 적립규모가 100억원인 금융사 A, B가 있다. A사는 원금보장형 적립금이 80억원이고 수익률이 2%, 원금 비보장형 적립금은 20억원에 수익률이 15%라고 가정하면 합계 수익률은 4.6%(2×0.8+15×0.2)다. B사는 같은 규모의 퇴직연금 적립규모인데 원금보장형이 20억원에 수익률 1.5%, 비보장형 80억원에 수익률 10%라고 가정하면 합계 수익률이 8.2%다. B사의 경우 A사에 비해 원금보장형과 비보장형 모두 수익률이 낮지만 적립금 규모 때문에 합계 수익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주식 시장이 좋으면서 상대적으로 증권사들이 혜택을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공시 혜택 본 증권사들 또 웃음꽃
실제 퇴직연금 적립액 비중을 보면 전체의 80% 가량이 원금 보장형이다. 특히 은행이나 보험사들의 경우 원금 보장형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은행과 보험사를 찾는 소비자들의 특징이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합산 수익률 공시 혜택을 봤다. 2021년 말 기준 증권사들의 원금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1.62%, 실적배당형은 7.41%, 합계 수익률은 3.17%였다.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합계 수익률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 2·4분기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주식 시장이 급락하면서 증권사들이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과거부터 숫자, 통계의 왜곡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만 최근에 주식시장이 폭락한 가운데 합계 수익률 공시가 안돼 증권사들에게는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