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교육현장의 저작물 이용, 적정 보상이 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4 18:33

수정 2022.10.24 19:27

[특별기고] 교육현장의 저작물 이용, 적정 보상이 답
한때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다. 어려운 형편에도 책을 읽고 싶어 책을 훔치는 사람들을 온정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이 말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체화된 선진국에선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이다. 하지만, 이 말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시와 소설을 비롯한 저자의 창작물들이 인터넷에서 허락 없이 공유되고 있고, 대학가 복사가게에서는 교재들이 대량으로 무단 복사되고 있다. 개탄스러운 것은 불법으로 복제된 사본을 이용하는 이들이 원본이나 정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어리석다며 조롱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1986년 당시 교육행정을 담당하던 문교부는 저작권법을 전부 개정하면서,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열악한 학교 재정을 이유로 '고등학교 이하의 학교에서 수업 목적으로 사용되는 저작물에 대해 보상금 지급을 면제'하는 예외규정을 두었다.

저작자들은 헌법상 보장된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를 받음에도 지식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이를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6년의 세월이 지나 한국이 경제순위 10위의 선진국으로 도약했음에도 고등학교 이하 학교의 수업 목적 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저작자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2021년 교육정보화백서'의 학교 저작물 이용실태를 보면 학교 수업의 90% 이상에서 교과서 외의 저작물이 사용되고, 원격수업에서 교사와 학생 간 저작물 공유 비율은 73%이며, 그 이용방식도 가이드라인에서 허용하는 20% 이상을 넘어서는 경우가 전체 수업의 45%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상은 없다. 학생들은 해당 저작물들이 이런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어떠한 문제의식도 가지지 못하며 저작권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하게 된다.

지식강국으로 알려진 독일이 수업 목적 보상금 규정을 두어 매년 169억원을 저작자에게 보상하는 것이나, 일본이 수업 목적 '공중송신' 보상금 규정을 두어 매년 500억원 가까이 징수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저작자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열악한 대우를 받는다.

학교 교육을 위한 시설 보수나 집기, 와이파이 공유기, 스마트기기 등의 구매비용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교육에 필수적인 저작물 이용비용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후진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생산한 산물이 재산권으로 보장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산물들이 학교 교육이라는 공적인 목적에 이용될 때도 다르지 않다. 음식이나 컴퓨터가 교육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해서 무상으로 징발하거나 이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작자의 고뇌를 통해 산출된 지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적 이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지식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고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김대현 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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