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주기와 달리 전직 경영진 초청
재계에선 '이 부회장 승진 초석' 분석도
故 이 회장 3대 기증 사업, 국내 긍정적 영향도
재계에선 '이 부회장 승진 초석' 분석도
故 이 회장 3대 기증 사업, 국내 긍정적 영향도
[파이낸셜뉴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가족과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적 추모 행사 없이 차분하게 치러졌다. 다만 1주기 추도식과는 달리 올해는 원로 경영진을 포함한 전·현직 사장단을 초청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설에 힘이 실렸다. 재계에선 최근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호적 인식 변화에 이 회장의 '3대 기증 사업(KH 유산)'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 전·현직 사장단 300명 참배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소재 가족 선영에서 엄수됐다. 추모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평소 고인을 존경한다는 뜻을 밝혔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부사장, 김동선 전무 등 아들 셋과 함께 애도를 표하기 위해 장지를 찾았다.
눈길을 끈 건 지난해 1주기 추모식에는 일부 현직 사장단만 참석한 데 반해, 올해는 함께 일했던 원로 경영진을 포함한 전·현직 사장단을 초정한 점이다.
이날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전·현직 사장과 부사장 등 경영진 총 300여명이 순차적으로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오전 9시 30분에는 현직 사장단 총 62명 중 해외 출장 중인 2명을 제외한 60명이 참배를 시작했다. 오후에는 고 이회장이 병상에 있었을 때 의료진, 전직 사장단, 현직 부사장급 임원 등이 선영을 찾을 예정이다.
유족들은 2년 전 이 회장의 장례식 때부터 '조용한 애도' 방침을 이어오고 있어, 원로 경영진 초청이 더욱 이례적이다. 재계에선 이를 이 부회장이 회장 승진을 앞두고 경영 보폭을 확대하는 행보로 보고 있다.
삼성 계열사 온라인 추모관에서도 이 회장을 기리는 임직원들의 추모 댓글이 이어졌다. 삼성 계열사는 이날 사내 온라인 망에 '온라인 추모관'을 마련했다. 오전 8시 30분 기준 전 계열사를 합쳐 7000개가 넘는 추모 댓글이 달렸다. 한 직원은 "회장님의 발자취를 항상 가슴에 새기겠다"고 적었고, 다른 직원은 "다시 일류로 거듭날 삼성을 지켜봐달라"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 대한민국을 바꿔놓은 'KH 유산'
이 부회장은 2017년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로 고 이 회장의 위대한 사회환원인 'KH 유산'을 꼽았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환원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당시 유족들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다.
사회환원은 크게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한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점 기증 △감염병 극복 지원 △소아암 희귀질환 등 의료공헌에 1조원 기부 등으로 나뉜다.
당시 기증한 미술품은 72만명의 관람객이 감상했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아 국립중앙 박물관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품과 일정 기간 맞교환 해 전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교류가 성사되면 우리 국민들은 미국 방문 없이도 세계 3대 박물관의 전시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국제적 명성이 있는 전세계 60개 미술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건희 컬렉션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246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024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2144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에 기부하며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했다.
지난해 5월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 기부를 통해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첨단 설비를 갖춘 세계적 수준의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국내 민간 병원 중 최대 규모다.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받지만 비싼 치료비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전국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도 기부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고 이 회장의 경영철학인 '인간중시'와 '기술중시'를 토대로 한 '신경영'과 맞닿아 있다. 지난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6년 6개월간 투병하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지만, 그의 철학은 'KH 유산'으로 여전히 유지·계승되고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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