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전에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하고 규탄대회로 대신했다.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시정연설에서 보이콧을 보인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민주당의 보이콧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과 종북 주사파 발언 등이 있지만 가장 핵심에는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존재한다.
'李 사법 리스크' 현실화에 내부 술렁
앞선 압수수색은 이른바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일부 언론과 검찰 등에 의하면, 유 전 본부장은 검찰조사에서 지난해 4~8월 불법 자금 8억4700만원을 이 대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은 약 10년간 이 대표를 지척에서 보좌해 온 인물이다. 검찰은 해당 불법자금이 지난해와 올해 이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용 부원장은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의 '의혹 조작'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일부 언론에서 추가 폭로 의사를 밝힘으로써 유 전 본부장의 '입'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이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규명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검찰로부터 자신의 주거지를 압수수색당할 당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 부원장과 통화하고 휴대전화를 버렸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정 실장은 통화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버려라고 했고, 김 부원장은 A검사장과 이야기됐으니 병원에 입원하면 체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압수수색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당사에 없던 참혹한 일"이라며 잠시 울먹였다. 그는 당사 앞에서 "비통한 심정으로 이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기회로 지지층의 단결을 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李 리스크에 총선 전망도 '먹구름'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그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단일대오에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재명 체제'가 오는 2024년에 치러지는 총선까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우 변호사는 지난 22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김 부원장 구속으로 민주당이나 이 대표가) 타격을 가장 많이 입은 것"이라며 "앞으로 재판은 계속될 것이고, 리스크가 계속된다면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을 떠나 내년 가을 이맘때까지 공판과 언론보도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행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당 외부 상황도 녹록치 않다. 국민의힘은 이날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 수사에 반발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악어의 눈물쇼", "정치 그만두고 눈물 연기 배우 하는 게 낫겠다" 등의 비아냥 섞인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대표 개인의 법적 리스크를 방어하면서 정치를 파행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개인 문제는 사법 시스템에 따라 처리되도록 맡겨두고 민생 문제에 집중해달라"고 일갈했다.
결국 이재명 리스크의 향배와 검찰 수사의 진전 여부 등에 따라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일대오냐 극심한 내홍이냐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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