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SPC그룹의 연속적인 직원 안전 사고에 대한 예방 및 사후조치 미흡 등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가맹점주의 피해도 늘고 있다.
상당수 가맹점주들은 직원 사망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에 공감하면서도 불매운동 확산 열기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일단 SPC 측은 가맹점주와의 협의를 통해 불매운동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품을 받아주는 등 피해 최소화에 나섰지만 가맹점주 입장에선 그렇잖아도 갈수록 떨어지는 매출로 손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말 매출 20% 급감.. 막막해도 호소할 곳 없어
26일 파이낸셜뉴스가 찾은 서울 시내 파리바게뜨 매장 대부분은 이번 사태 탓인지 비교적 한적한 모습이었다.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은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께에도 재고가 가득 쌓여있는 모습이 여러 매장에서 확인됐다.
파리바게뜨 점주 A씨는 "지난 주말 대비 이번 주말 매출이 20% 이상은 빠진 것 같다"며 "안그래도 경기가 안 좋은데 불매가 길어질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매장에서 만난 점주 B씨의 경우 불매운동 확산 분위기를 일부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B씨는 "언론이 너무 자극적으로 써서 불매운동을 부추긴 면도 있는 것 같다"며 "본사의 잘못에 괜한 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 사망 사고이후 일부 언론과 방송사에서 'x묻은 빵'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필요이상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과도하게 건드려 불매운동을 부추겼다는 주장인 셈이다. 물론 본사의 사고 예방 및 사후 조치가 미흡한 점이 불매운동 확산의 일차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제빵공장 사고 이후 SPC의 미흡한 대처와 추가 사고 등으로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더구나 SPC 측이 숨진 근로자 빈소에 파리바게뜨 빵 2상자를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아무리 회사 자체 메뉴얼대로 진행했더라도 조금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자성론도 일었다.
사고 발생 8일 뒤인 지난 23일 새벽 SPC 계열사인 샤니 공장에서 또 다시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SPC 계열사에 안전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젊은 세대 위주로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주요 대학 인근 파리바게뜨나 던킨도너츠 등은 매출의 약 30%가 감소한 상황이다.
불매 운동에 찬성한다는 직장인 이모(26)씨는 "사고를 목격한 직원들이 (트라우마가 있을 텐데도 평소처럼)출근해서 일한 점,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는 노동 환경 등에 너무 실망했고, 본사 차원의 실효성있는 대책이 실현될 때까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SPC 빵 13종 반품 결정.. 가맹점 피해보상엔 턱없어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불매운동 확산으로 인해 애꿎은 점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SPC의 대표적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전국 3400여개로, 직영점은 35개(1%)에 불과하다. 불매운동 여파에 본사 측보다는 당장 점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 직접적 피해가 집중될 게 뻔하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회사(본사)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안전경영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겠다"며 "이런 분노가 생업을 이어가는 일반 가맹점는 큰 고통이지만, 그 고통이 안전한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고객들의 질타보다 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SPC 측은 가맹점주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가맹점주들과의 협의를 통해 지난 20일부터 완제품 빵 13종을 반품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가맹점주협의회 측은 재고품 반품 처리 수준으로는 피해 점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보다 실질적인 피해보상책 제시와 함께 불매운동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본사 차원의 진심어린 실질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25일 전국 단위의 지회장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사고에 대한 추모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본사와 소통하며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상 방안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불매운동과 관련해 SPC 측과 가맹점주간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지난 2020년 개정 시행된 가맹사업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본사 또는 본사 임직원의 잘못으로 가맹사업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문제는 본사의 위법 여부와 불매운동으로 인한 가맹점들의 매출 하락간 인과관계 증명이 어렵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맡아온 김판기 변호사(법무법인 수오재)도 "현실적으로 해당 규정으로 손해배상소송을 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며 "가맹본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규정이 재판실무와 동떨어지게 규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