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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尹대통령 민생 호소에 '방탄'으로 응답한 巨野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5 18:24

수정 2022.10.25 18:24

헌정사상 첫 반쪽 시정연설
내년 예산안 처리 파행안돼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텅 빈 야당 의원석을 지나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텅 빈 야당 의원석을 지나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폭넓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에 예산의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전략산업 투자에도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초당력 협력이 필수다. 그러나 거야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연설을 보이콧하고 본회의장에 입장하지도 않았다.

예산은 한 해 살림살이 계획이다.
내년 예산은 윤석열 정부가 꾸리는 첫 예산으로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국내외 경제가 매우 어려운 마당에 정부가 갈 길을 잘못 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긴축재정을 추구하면서도 국민복지를 향상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정부의 고민이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 읽힌다.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시기라 어느 때보다 예산 편성과 운용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 반도체 등 국가 주요 산업 투자, 국방력 강화 등 큰 예산이 필요한 곳이 한두 분야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지난 정권에서 방만할 대로 방만해진 재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예산의 우선순위를 잘 정해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낭비적 요소를 최대한 걷어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약자'라는 단어를 7번, '취약계층'은 2번 언급했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취약계층이다. 약자 복지라는 용어에서 제시했듯이 새해 예산의 첫 번째 방점을 사회적 약자 지원에 두겠다는 정부의 뜻을 명백히 밝힌 것이다.

세계 전체가 불황에 빠져 있지만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면 불황이 끝난 후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핵심 첨단기술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도 이날 연설에서 강조됐다.

연설의 말미에서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몇 번이나 요청한 것은 현재의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에 대해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시정연설 보이콧을 감행한 민주당은 '참 나쁜 대통령' '반협치' '공안정국' 등의 험한 표현까지 쓰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들을 수사하고,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내년 예산안 국회 통과가 첫발부터 진흙밭에 빠진 형국이다. 나라살림 계획을 담은 예산을 심도 있게 심사하고 보완하는 것은 국회의 중요한 책무다.
민주당이 이 대표 주변 인물들의 실정법 위반 수사를 걸고넘어지며 예산 심사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공당을 망각한 처사다.

지금부터 예산안을 살피더라도 처리시한인 12월 2일까지는 시간이 빠듯하다.
여야가 입만 열면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을 더 이상 볼모로 잡지 말고 속히 국회가 정상화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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