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놓고 신경전 가열
野 "삭감한 민생 예산 10조 달해"
與 "무분별한 포퓰리즘 없앤 것"
대통령실, 12월 2일 내 처리 당부
野 "삭감한 민생 예산 10조 달해"
與 "무분별한 포퓰리즘 없앤 것"
대통령실, 12월 2일 내 처리 당부
국정 감사가 마무리되면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고되고 있다. 새해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오는 12월 2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내세워 민생 예산을 삭감하면서 정작 ‘부자 세금’은 깎아 준다고 비판하는 등 '현미경 검증'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과 시급하지 않은 리모델링 비용은 반드시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이 국가 부채를 쌓이게 하고, 정부의 곳간 사정을 어렵게 한 요인이라며 불요불급한 예산은 줄이고, 사회적 약자·취약 계층 지원과 고용 창출 등 '민생 살리기 예산'은 증액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 최근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긴축 재정 기조는 유지하되 적재적소에 필요한 민생 예산은 풀어 서민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방침이어서 여야 간 예산안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0조원에 달하는 ‘초부자 감세’와 1조원이 넘는 대통령실 이전 예산을 반드시 막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며 △노인 공공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 △중소상공인과 지역 경제 회생 △공공 주택 등 민생 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정부 예산안을 '피도 눈물도 없는 예산 편성'으로 규정하고 "청년 예산·어르신 예산·서민 예산·소상공인 예산을 족집게처럼 발라낸 비정한 정권"이라며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 복지 예산을 늘리는 '따뜻한 정부'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삭감된 민생 예산이 약 1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저소득층 임대 주택 예산 5조6000억원, 공공형 어르신 일자리 918억원(6만1000개 축소), 청년 내일 채움 공제 예산 6700억 등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예산 편성이 세계적인 추세와도 반대된다고 지적한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 파탄 검찰 독재 규탄 대회'에서 “미국은 법인세를 증세해 전기 차를 비롯한 기후 위기와 재생 에너지 대응 산업에 집중 투자했다”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부자 감세를 추진하다가 44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는데 윤 정부는 '초부자'에게 세금을 깎아 주지 못해 안달"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가 미래를 보고 다음 세대를 위해, 줄일 곳은 줄이고 늘릴 곳은 늘린 예산안이라고 반박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건전 재정은 상당히 중요하다”며 “(과거) 국가 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에 IMF 사태를 넘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가 재정이 튼튼해야 위기에 대비할 수 있으며 따라서 GDP(국내 총생산)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을 50% 아래로 낮추는 윤 정부 건전 재정 기조는 타당하다고 맞선 것이다.
여당은 특히 민주당의 민생 예산 축소 주장이 정치 공세라는 입장이다.
성 의장은 “이번 예산안 특징은 장애인·아동·여성 등 약자 지원, 격차 해소 부문 예산이 약 11% 늘었다는 것”이라며 “(예산을) 줄인 곳이 있다. 그러나 불용 예산이나 무분별한 포퓰리즘 예산 등을 줄여 생산적인 일자리 등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예산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정부가 경로당 난방비를 깎았다고 주장하는데 경로당 운영비 약 10%가 매번 남아 5%만 줄이고 그만큼 다른 보완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민주당 정권이 추진했던 정책 예산을 줄이고 보완할 수 있는 추가 예산을 편성해 오히려 확대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성 의장은 민주당 초부자 감세 주장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감세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돼 문재인 정부에서 세수가 30조원씩 계속 늘었다면서 감세의 선순환적 측면을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법정 처리 시한 내(12월2일) 여야 합의 처리를 당부하면서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원활한 협조를 간곡히 당부했다.
또한 '여소 야대' 국면에서 협의가 불발될 경우 준예산안 사태가 벌어질 우려에 대해 대통령실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준예산안 집행 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며 "민생위기 극복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정부 여당도 최선을 다할 것이고, 국회의 다수당인 민주당도 책임 있게 예산안 논의에 협조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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