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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시대] 10년 만의 회장 승진에도 취임식 없다…실용주의 성향 반영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7 10:46

수정 2022.10.27 10:46

2014년 고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실질적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신임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신임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직함을 단 지 10년 만이다. 세간의 예상과 달리 이 회장은 별도의 행사나 취임 메시지 없이 회장에 취임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 등의 여파로 실적 관리에 비상이 걸린데다 조용하고 실용주의를 선호하는 이 회장의 성향이 반영된 조치로 분석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이 회장은 전격 승진에도 별도의 행사나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취임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87년 12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2의 창업'을 선언한 것과도 비교된다. 일각에선 재계 1위 삼성 총수의 직함이 회장으로 변경됐는데도 관련 행사나 메시지가 없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재계는 이 회장이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신 이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 활동을 해왔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도 2018년 5월 삼성그룹의 실질적 총수(동일인)로 당시 이 부회장을 지정했다. 각종 정부 행사에서도 이 회장은 부회장 직함이긴 했지만 삼성을 대표해 참석하고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사실상 삼성 회장 역할을 해온 만큼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별도 메시지를 내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미래 성장사업 선정 및 육성 △조직문화 혁신 △노사관계 선진화 △청년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활동(CSR) 및 상생 프로그램 강화 등을 주도하며 삼성을 이끌어 왔다.

2018년 '180조 투자∙4만명 채용'을 발표한 데 이어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2022년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 등 10~20년 후 삼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준비도 이 회장의 주도로 이뤄졌다.

이날 사외이사인 이사회 의장이 이 회장의 승진안을 발의하고, 이사회가 이를 의결한 것은, 이 같은 객관적인 상황을 직함에 반영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대내외 활동에도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 형식에 매달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 회장 개인의 성품 등이 조용한 취임의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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