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이가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더라고요. 제 잘못인가 싶어 마음이 아픕니다." 결혼 4년차인 김모(44)씨는 늦은 결혼과 함께 시험관을 통해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는 하루하루 지나면서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부모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는 정밀 검사 결과, '자폐' 진단을 받았다. 그는 "아이와 함께 발달재활센터를 찾아가는 등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아이의 건강이 최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숙아 관련 정부 지원 예산은 줄고 장애아를 위한 시설이 태부족해 관련 시설 확충과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산 급증하면서 매년 미숙아 늘어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저체중 출생아는 전체 출생아 대비 7.2%(1만8667명)를 기록했다. 2019년(6.6%, 1만9915명)과 비교해 0.6%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조산아 발생률은 8.1%에서 9.2%로 1.1%p 늘었다.
매년 출생아는 줄고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의 출산 비율은 늘고 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선 이 같은 미숙아 출산율 증가 원인으로 결혼적령기가 늦어지면서 생기는 노산을 꼽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고령 산모 비율은 2010년 17.1%에서 2021년 35%로 폭증했다. 같은 해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3.4세로 전년대비 0.2세(1.2%p) 높아졌다.
이중 첫째 자녀 출산연령은 32.6세, 둘째자녀는 34.1세, 셋째 자녀의 경우 35.4세로 전년대비 모두 연령대가 높아졌다.
선천적 이상아 출생률도 과거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선천성 이상아는 선천적으로 기형·변형 및 염색체 이상을 지닌 영·유아를 의미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출생아 1만명당 선천성 이상아는 지난 2009년 516명에서 2018년 1538명으로 298% 늘었다.
정부 지원예산·시설 모두 태부족
이처럼 저체중, 조산아 출생율 증가로 이들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복지 수요는 폭증하고 있는 반면 정부의 지원 예산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이들을 위해 정부는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와 세액공제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에 월 14만원에서 22만원까지 바우처를 지급하고 있다. 부모들 사이에선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아이의 정상적인 발육과 재활 지원을 위해선 부모의 동반 치료가 필수인 만큼 부모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불가피하게 일을 그만둬야 하는 등 경력단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부모 중 한 쪽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 소득도 줄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버거운 형편이다.
김씨는 "보통 아이가 아프면 맞벌이를 할 수 없어 소득이 부족해진다"며 "온갖 치료에 쓰는 돈이 너무 많아 바우처 수준으로는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련 예산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다양한 분야에서 예산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의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명목 예산은 27억5900만원으로, 올해(48억3400만원)보다 무려 42.9%(20억7500만원)이나 감액 편성됐다. 구체적으로 미숙아 의료비 지원은 내년도 15억4200만원으로 올해보다 29.6% 줄고,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은 7억5700만원으로 65.3%나 줄어들었다.
장애아전문시설도 지난 2019년 176개소에서 2020년 177개소, 지난해 178개소로 매년 소폭 늘고 있지만 폭증하는 장애아의 지원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남인순 의원은 "국내 초저출생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인 시대"라며 "사회환경적 변화로 미숙아 발생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의료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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