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5대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3개월만에 만나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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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김주현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3개월 만에 다시 만난다. 이번 회동은 정부의 긴급구조요청(SOS)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레고랜드 사태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채권시장은 돈을 풀어 녹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포가 몰려오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도 돈을 돌려 실물경제에 미칠 여파를 하루속히 잠재워야 한다. 결국 금리 상승기, 이자 이익이 많아져 돈이 남는 금융지주들이 해결사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30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주 5대 금융지주회사(신한 KB 우리 하나 NH) 회장들과 회동을 하고, 구체적인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선다. 김 위원장과 5대 지주 회장이 간담회를 하는 것은 지난 7월 21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가뜩이나 금리 상승으로 위축되고 있는 채권시장이 레고랜드발(發) 발작을 만나 지난 3개월 간 빠르게 얼어붙어서다.
일단 5대 금융지주는 정부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채권·증권시장 안정펀드 재조성 사업 등에 참여한다. 채권시장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 은행채 발행을 축소하고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몫도 하게 된다. 또 계열사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지주회사 차원의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영향 최소화, 정권 교체, 한국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금융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게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책이다. 그중에서도 2년 반을 넘어 앞으로 3년 이상 추가 확대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조치는 은행에 관리 부담을 키웠다. 지난 6월말 기준 잔여 대출채권은 총 141조원 규모로, 약 57만명의 차주가 이 조치를 이용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이다.
지금은 은행들마다 각 1조원 규모의 이자 상환 유예분 정도는 최종 부실 처리를 할 준비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돈 벌어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에 대한 부실 처리는 은행들마다 다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나 증권시장안정펀드는 금융지주들의 돈을 바로 시장에 뿌리는 조치다. 대표적인 게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다. 둔촌주공은 만기를 하루 앞두고 채안펀드를 통해 7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에 성공했다. 1차로 우선 조성된 3조원 규모의 채안펀드의 약 4분의 1이상을 알짜 사업장인 둔촌주공에 쓴 것이다. 부동산 PF발(發) 자금 경색이 우량 사업장으로 확산한다는 긴급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조성되는 증안펀드에도 지주들은 각 1조원 규모의 돈을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부분 취약 차주를 위해 시행 중인 조치들, 가령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실채권을 상대적으로 낮은 값에 넘겨주는 새출발기금,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용 주택저당증권(MBS)을 사주는 것도 은행 몫이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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