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양=강근주 기자】 “국토부가 선도지구를 지정하기 이전에 고양시는 자체 용역을 통해 단지 기초조사, 사업타당성 분석, 추정 분담금 산정 등을 위한 ‘사전 컨설팅 용역’을 지원해 합리적인 주민의사 결정으로 일산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추진하면서 주민 갈등도 최소화되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 또한 사전 컨설팅 용역 결과는 마스터플랜 및 선도지구 지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는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보다 속도감 있고 합리적으로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민선8기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7월1일 취임 이후 100일이 지나면서 슬슬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을 하나씩 풀어놓고 있다. 고양시가 직면한 주요 이슈는 일산신도시 재정비 추진을 비롯해 베드타운 오명에서 벗어날 자족도시 기능 강화, 3중규제 출구인 경제자유구역 지정, 출퇴근 시간대 교통문제 해소, 시민행복이 지속가능한 도시 조성 등이 있다. 28일 이동환 시장을 만나 이런 이슈에 대한 해법과 실천 전략과 로드맵을 들어봤다.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시민들 관심이 많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모든 1기 신도시에 선도지구를 지정키로 하는 등 앞으로 방향성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시장님은 일산을 1기 신도시 재건축의 모범사례로 만드시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는데 어떤 내용인가?
▲10월24일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이 함께 만나 모든 1기 신도시에 각각 선도지구를 지정하기로 했다. 속도 있는 추진과 함께 지역여건에 맞게 주민의견을 최대한 반영하해 추진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는 그동안 국토부에 꾸준히 건의했던 사항들이 반영된 것이다. 국토부는 각각 선도지구가 지역별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특별법안 및 가이드라인 마련 초기단계부터 각 지자체와 충실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늦어지는 것 아닌가 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정부와 해당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 속에서 체계적이면서도 속도 있는 추진에 방향을 확정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입장에서도 이런 대규모 도시 재정비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새로운 도전일 것이다. 그 만큼 속도 있게 추진돼도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일산신도시가 가장 모범적인 재건축 사례가 되려면 무엇보다 단지별 상황에 맞게 주민이 주도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주민맞춤형 재건축사업’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장관과 간담회에서도 고양시의 일산 신도시 재건축 사전 컨설팅 용역이 나머지 4개 1기 신도시로 확대돼 추진될 수 있도록 국토부에 건의한 바 있다. 시민이 기대하는 만큼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우리 일산신도시 재정비가 가장 모범적이고 주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얼마 전 2022 고양도시포럼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미래, 사람 도시’라는 기조연설을 했는데,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
▲기조연설은 우선 3가지 관점을 밝히면서 이를 토대로 결론을 제시해 토론을 제안했다. 우선 첫 번째 관점은 ‘지속가능한 도시 주인은 시민’이라 생각한다. 사람을 위한 도시발전, 사람과 조화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으려면 결국 그 주인인 우리 시민과 함께 만드는 도시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시와 사람, 자연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기후변화 등 무분별한 도시화와 과잉생산에 따른 자연파괴를 경험하는 지금 위기는 앞으로 도시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도시와 사람,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숨 쉬는 공간이 도시여야 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가치 있는 도시로의 변태, 도시 브랜드화’다. 사람 가치가 존중되는 도시라는 표현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도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도시 브랜드화가 우리 시대 트렌드가 아닐까 싶다. 살고 싶은 도시, 일자리 도시, 관광하고 싶은 도시, 투자하고 싶은 도시 등 도시마다 저마다 색깔, 즉 가치를 입히는 노력이 한창이다. 시민 요구사항은 각각 다를 수 있으나 공통으로 행복할 수 있는 부분을 하나씩 충족시켜 나가는 ‘지속가능한 미래도시 계획’이야말로 도시계획 핵심 주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시행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시민이 느끼며 현재 도시를 함께 경영해 나가는 도시행정이 필요하다. 고양 미래는 일자리와 산업이 지속가능한 자생도시, 대중교통 지향형 도시, 아이들 미래를 위한 교육도시, 시민이 걷고 싶은 도시 등 비전을 바탕으로 시민행복이 근간이 되는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도시가 돼야 한다.
―고양은 인구 108만 특례시인 만큼 ‘자족도시’가 돼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현실은 베드타운에 가깝기 때문이다. 시장님은 그 원인을 3중 규제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고양시는 과밀억제권역, 그린벨트, 군사시설보호라는 3중 규제를 받고 있어 법적으로 대학교, 공장 등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고양시를 과밀억제권역으로 규제하면서도 계속해서 여러 곳에 대규모로 택지를 개발해 왔고 3기 신도시도 대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어놓고 인구는 늘리면서 기업유치 등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은 거의 없다. 결국 베드타운이란 오명 속에서 늘어나는 인구만큼이나 도시기능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근처에 위치한 양주시-김포시는 전체가 성장관리권역인데, 고양시는 면적 전체, 즉 100%가 과밀억제권역으로 설정돼 있는 실정이다. 그린벨트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인한 수십 년간 주민피해는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정책에 협조하면서도 일자리 없이 인구만 늘어나고, 재정자립도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3중 규제 때문에 불균형적인 도시구조가 형성됐으니, 정부는 책임의식을 갖고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3중 규제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숙제다. 마냥 규제해소만 기다릴 수도 없는실정이다. 대책이 있는가.
▲3중 규제를 한 번에 풀어줄 수 없다면 경제자유구역이 해답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저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고양시가 자족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고양시뿐만 아니라 경기북부가 접경지역이란 이유로 남부에 비해 여러 규제를 받으며 경제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지 않은가. 경제자유구역도 경기남부에는 평택과 시흥 두 곳이나 지정됐으나 경기북부에는 한 곳도 지정되지 않았다. 고양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세제감면이나 규제완화로 글로벌 기업 유치가 가능해지고, 국내 여러 기업에게도 경쟁력 있는 기반을 제공할수 있다. 고양시는 인천항-평택항 등과 파주시-양주시-의정부시-연천군 등 경기북부 지역 간 물류이동 중심지이기도 하다. 결국 인접 도시에도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쳐 고양시는 물론 경기북부 자생력을 확보하고, 경기북부와 남부 간 불균형적 발전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고양시가 받고 있는 3중 규제가 발생시키는 악영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고양시민은 매일 아침 출근전쟁을 치른다. 고통을 넘어 지옥이란 말까지 흘러나온다. 최근 시장도 서울에서 아침 약속을 지키려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출퇴근 교통문제를 어찌 해결한 것인가.
▲교통문제 또한 여러 규제 속에서 인구만 늘어나 파생된 결과물이다. 현재 3호선-경의중앙선 급행열차 운행과 9호선-신분당선 고양 연결, 그리고 자유로-강변북로 지하고속도로 등을 계획 중이다. 지난 8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추진 및 일산연장, 9호선 급행 대곡 연장, 일산선(3호선 포함) 급행화 추진에 적극 협조해 달라 건의했다. 건의 내용에는 자유로~강변북로 지하고속도로 추진과 국도1호선(통일로) 확장 추진도 포함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강변북로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검토 중에 있는데, 우리 시는 이 지하고속도로를 자유로 이산포IC까지 연결해 고양에서 서울 강남 진입을 30분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자유로-강변북로 지하화는 서부간선도로(성산대교 남단~시흥대교) 지하고속도로처럼 지하 40m 이상 대심도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국토부에 민간투자사업으로 제안돼 현재 검토 중이다. 국비-도비-민자유치 방안을 활용해 시민에게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요즘 지자체별로 브랜드 쌀 경쟁이 치열하다. 고양시도 ‘고양 가와지쌀’이 있다. 쌀값 폭락 등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노력은 나라 전체 문제가 됐다. 가와지쌀 소비 촉진을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을 생각하나.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년 전 93.6kg에서 작년 56.9kg으로 21년 만에 약 4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이는 밀과 육류 등 수요는 늘어나고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 식생활 습관 변화가 몰고온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쌀값은 하락하고 농민 시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식량안보와도 매우 관련되는 만큼 정부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역시 소비 촉진이다. 고양은 5020년 전 한반도 최초 재배 볍씨인 가와지 볍씨가 발견된 곳으로 이 유구한 역사를 이어나가기 위해 2017년부터 고양시가 브랜드화하면서 판매촉진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와지쌀은 고양에서만 재배되는 특화 농산물로서 전국으뜸농산물 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전국 어느 쌀과 비교해도 품질이 우수하다. 찹쌀과 멥쌀 중간 찰기로 가와지쌀은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그밖에도 여러 브랜드 고양 쌀도 인기가 많다. 밥 외에도 햄버거, 샐러드, 떡, 빵, 현미칩, 초코파이, 막걸리 등 다양한 음식과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판매되고 있다. 로컬푸드 판매장, 집단급식소, 학교, 식당 등 소비현장에서 시민 관심이 가장 필요하다. 국민 누구나가 선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 개발과 기술교육 등 행정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국민 소비 증가가 해법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쌀의 화려한 변신을 통해 국민 식생활 깊숙이 자리매김하는 소비구조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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