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11시 40분 모로코 출신 A씨는 이태원역 인근 대규모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경찰관에게 소리쳤다. '직접 찾으라'는 경찰의 말에 A씨는 주변 시민들을 붙잡고 어설픈 한국말로 도움을 청했다. 인근 시민들도 사고 현장에서 지인의 행방을 찾느라 정신 없었다. 야비규환이었다. 2022년, 핼러윈 데이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46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턴호텔 옆 골목 일대 행사장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3시 현재 120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 30대 남성은 "친구가 아직 제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파악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날 사상자들은 인근 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30일 오전 12시 30분까지 2명이 서울 영등포구 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다. 20대 여성은 이미 구급차에서부터 심정지상태였고 나머지 한 명은 중국 국적의 외상 환자였다.
이내 사상자의 가족과 친구들도 병원으로 속속 도착했다. 응급실 앞에서 유족과 친구들은 오열했다. 이태원에 함께 방문했다는 친구 B씨는 “친구들과 놀다가 인파가 많아 떨어졌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다니던 중 쓰러진 친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상자의 아버지 C씨는 “딸이 아까 5시반쯤 할로윈 이태원에 간다고 했다”며 “이 상황이 실감이 안난다”고 했다. 뒤늦게 전화로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은 어머니는 흐느끼며 응급실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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