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태원 참사]행정력, 범죄·방역 집중하다 '안전'엔 공백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30 16:09

수정 2022.10.30 16:09

현장 경찰 200명 배치...절도·불법촬영 등 집중 외신들 세월호와 비교 주요국 정부도 위로
[파이낸셜뉴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는 행정당국의 준비 미비로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인원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현장에 수백명의 인력을 배치했지만 불법촬영·강제추행·절도 등 범죄에 집중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공백이 발생했다.

주요 외신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가장 큰 사고'라며 긴급 보도를 쏟아냈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도 참사에 애도를 표하면서 지원 의사를 전했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2022.10.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사진=뉴스1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2022.10.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사진=뉴스1
■경찰 200명...범죄 방지에 집중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일대에서 핼러윈을 앞둔 주말 동안 112신고와 사건·사고에 대비해 종합치안 대책을 추진하고 경찰력을 집중했다.

경찰은 이태원 관광특구를 중심으로 약 10만명이 모일 것으로 보고 경찰력 200명 이상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불법 촬영이나 강제추행, 절도와 마약범죄 관련 단속에 주안점을 뒀다.

용산구도 핼러윈데이 긴급대책 추진하면서 이태원 일대에 대한 방역과 행정지원, 민원대응 등을 추진했다.

문제는 이같은 행정대책은 안전보다는 치안 및 방역에 맞춰진 점이다. 많은 인파가 모일 때를 대비한 안전 대책은 따로 담고 있지 않은 것.

때문에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가 있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당시 서울 여의도엔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를 중심으로 소방재난본부, 한강사업본부, 영등포구청, 영등포 소방서·경찰서가 합동해 종합안전본부를 설치, 현장을 관리했다. 행사장 인근 도로가 통제되고 관람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5호선 여의나루역은 혼잡도에 따라 무정차 통과하거나 출입구가 임시 폐쇄됐다.

다만 이번 핼러윈 행사가 특정 주체에 의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전관리 관련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10만명 규모가 몰리는 대규모 행사의 경우 주최 측이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신고한 이후 소방·경찰 인력이 배치돼야 하는데 이번 행사의 경우 양식이 달랐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우종수 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총 475명 규모의 경찰재난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 시·도경찰청 가용경력을 총동원해 신속한 사상자 신원 확인과 자치단체와 협력해 유가족 지원에 만전을 다하겠다"며 "사고현장과 사상자 후송 병원 등에 질서유지와 교통관리를 위해 경찰관을 충분히 배치하고 서울청 경비부대를 전원 비상대기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할로윈 참사 현장에서 세계 주요 외신들이 참사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2022.10.30. kgb@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할로윈 참사 현장에서 세계 주요 외신들이 참사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2022.10.30. kgb@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외신들 "극심한 인구밀도, 군중 관리 프로세스 필요"
서울 이태원 참사를 보도한 외신들이 사고의 원인으로 ‘안전 불감증’을 꼽았다. 이들은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상황이 위험하다는 점을 시민과 당국 모두 간과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에서 국가 안보 및 재난 관리 자문으로 활동하는 줄리엣 카이엠은 29일(현지시간) CNN을 통해 서울의 극심한 인구 밀도가 사건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에 미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지냈던 그는 “서울 시민들은 사람으로 가득한 공간에 익숙하다”며 “이러한 성향 때문에 거리가 인파로 가득 찬 상황에서도 크게 경각심을 느끼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군중 시뮬레이션과 바이오정보학을 연구하는 마틴 에이머스 영국 잉글랜드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대형 이벤트에 대비하는 적절한 기획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일반적인 관점에서, 위험하게 높은 군중 밀집도를 예측·감지·방지하는 적절한 군중 관리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일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핼러윈 행사를 오래 치러 본 다른 국가들은 행사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미 뉴욕의 경우 핼러윈 당일인 오는 31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맨해튼과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스 등지의 거리 약 100곳을 일시 폐쇄한다. 핼러윈 풍습에 따라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아이들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미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는 2019년 미국의 한 숙소에서 핼러윈 총격 사건으로 5명이 숨지자 숙소 주변에 피해를 주는 핼러윈 파티와 행사를 금지했고 지난 6월에 이를 영구 조치로 바꿨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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