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지인, 현장서 쓰러지기도
충격과 슬픔 느낀 시민 방문도 이어져
충격과 슬픔 느낀 시민 방문도 이어져
[파이낸셜뉴스]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피해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개시되면서 조문객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 분향소에는 31일 오전 10시30분 분향소 개시 직후 조문객 20여명이 줄을 섰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김모씨는 친구가 이번 사고로 숨졌지만 빈소까지는 가지 못하고 녹사평역광장 분향소를 찾았다.
사고 당일 김씨는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 속에 밤을 지새우다 다음날인 지난 30일 서울시에 연락해 사망자 명단에 있는 친구를 확인했다고 했다. 김씨는 "(친구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어이가 없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보다 앞선 오전 9시30분께에는 검은 옷차림의 한 여성 조문객이 쓰러지기도 했다. 조문객은 맥주병과 빨간 장미, 흰 꽃다발을 아직 개시되지 않은 분향소 앞에 놓고 묵념과 절을 하고 몇 걸음 걸어 나가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참사 피해자의 지인이라는 그는 의식을 잃지는 않았으나 인근 골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스른 뒤 겨우 분향소를 떠났다.
충격과 슬픔을 느낀 일반 시민들도 헌화를 하며 떠난 이들의 넋을 기렸다.
시민 김모씨(28)는 "처참하고 죄책감을 느껴 분향소를 찾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뉴스를 보면서 옆에서 사람이 죽는데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나도 사고 당시 집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있었고 내 주변에는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까 평화롭게 보냈다"며 "나 자신도 그 참사를 모욕한 가해자가 된 것 같았다"며 자신이 받은 충격을 설명했다.
용산구 이태원동 주민 유순옥씨는 자신의 아들·딸, 손자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유씨는 "아침에 TV를 보면서 울었다. 내 손자들은 아니지만 이제 꽃필 아이들이 떠나가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조문한 뒤 조용히 분향소를 떠났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문 후 "희생당한 분들의 뜻을 기리고 이들을 잘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정부도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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