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를 없애려는 이유는 인간답지 않은 형벌이고, 사형선고를 집행하는 데 오판 가능성이 있고, 사회약자들에게 차별적으로 작용되고, 범죄를 억제하는 데 징역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하여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한국에도 이를 폐지하려는 세력이 있다. 국회에서는 1999년에 사형 폐지 특별법안이 처음으로 제안되었고 2001년, 2004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5년과 2021년에도 제안되었는데 소관 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검토되지는 않았다.
국회 외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에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에 사형제 폐지안을 제시했다. 그 이유는 사형제가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천주교 교회도 사형제를 반대하였다. 인권위는 2005년 이후에도 사형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반대로 헌법재판소가 1996년과 2010년에 사형제는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2010년에 공동 의견은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2008년, 2012년과 2017년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국가 인권상황 정기 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UPR)를 거쳤을 때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는데 한국 정부는 유보적 태도를 취하였다. 왜냐하면 사형제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2년에 사형제 폐지를 위하여 형법의 근본적 개정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하였는데, 한국은 사형제를 금지하려는 유엔 자유권 조약 제2선택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아 어려울 것이다. 또 인권이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데 장애요인은 사회에서 사형제의 존치 여부에 공동 의견이 없었던 것이다. 제4차 UPR을 앞두고 올해 7월에 461개의 한국 인권·시민사회단체가 발행한 보고서에서 국회가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위하여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유엔 자유권 조약 제2선택 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고 요구하여 앞으로 정부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가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한국 정부가 2020년 11월 제75차 유엔 총회 3위원회에서 채택된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최초로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한국 정부는 2021년 1월 사형제도 존재 여부가 인권국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다시 사형제도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여 현재 합헌 여부를 다시 따지고 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의문이다. 2017년 말에 세계 196개 독립국가 가운데 106개국은 사형제를 폐지했다. 한국도 이에 동참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진전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가브리엘 욘손 스톡홀름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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