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몇 시간 전 같은 장소, 똑같은 상황에서 골목길 통행 방향을 통제해 사고를 방지한 여성이 화제다. 참사 당시에 통행 안내가 있었다면 사고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음을 보여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 30일 한 시민이 자신의 SNS를 통해 “한 여성분 덕분에 집 갔어요. 감사해요”라는 짧은 글과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참사가 발생한 같은 골목길에서 오후 7~8시쯤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촬영자는 골목길에서 큰길 쪽을 향해 영상을 찍었는데 이때도 내려가려는 사람과 올라오려는 사람이 뒤엉켜 인파가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남성은 인파에 끼어서 “살려줘”라고 말하기도 한다.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던 때, 갑자기 해밀턴호텔 옆 계단 쪽에 서있던 한 여성의 우렁찬 목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여성은 사람들 머리 위로 손을 뻗어 흔들며 “앞으로 전달해 주세요! 여기 뒤에 꽉 막혀있으니까 못 올라온다고! 올라오실 분 잠시 대기해 주시고, 내려가실 분 이동해요. 앞으로 전달해 주세요”라고 여러 번 소리쳤다.
영상 왼편에서 한 여성은 큰 목소리로 “앞으로 전달해주세요 밑에. 여기 뒤에 꽉 막혀 있으니까 못 올라온다고. 올라오실 분들 대기해주시고 내려가실 분들 이동해요. 앞으로 전달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영상에서 여성의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으며 팔을 흔드는 모습과 함께 목소리만 나온다.
시민들은 여성의 외침 이후 “내려가. 내려가”를 외치며 호응했고 옴짝달싹하지 못하던 인파가 풀리기 시작한다.
영상 속 시민들은 “진짜 내려가진다”라는 탄성이 나왔고 여성은 다시 한번 “올라오실 분 올라오지 말고 기다리세요. 내려가는 거 먼저에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골목의 일방통행을 통제했다.
영상 말미에는 골목길과 큰 길이 맞닿는 지점에서 올라오려는 사람들은 가만히 멈춰있고 내려가려는 사람은 내려가며 통행이 가능해지는 모습이 담겼다.
애초에 이 영상은 촬영 시점이 알려지지 않아 “내려가”란 시민들의 구호만으로 오해를 샀다. 사고 당시 구조되거나 올라온 사람들에게 다시 내려가라는 이기적인 요구로 들렸던 것이다.
해당 영상에 자신이 등장한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7시30분 쯤 사고 장소를 지나갈 때 벌어진 일"이라며 "여성분 우렁찬 목소리가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이 상황은 사건 일어나기 한참 전인 7시30분에서 8시 사이"라며 "여성분이 처음 소리치면서 길 정리하는데 사람들 환호하며 통솔됐다. 저도 저 사이에서 20분가량 끼어있다가 간신히 나왔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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