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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만에 진상규명 "선임들의 폭행 등 원인, 극단적 선택...명예회복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1 16:24

수정 2022.11.01 16:24

軍사망규명위 "당시 수사 결과는 '개인 사정'으로 축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2022년 조사활동보고회. 사진=뉴스1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2022년 조사활동보고회.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1일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1985년 발생한 양모 육군 일병 사망사건은 선임병들의 구타 등 가혹행위에 따른 자해 사망사건이었던 것'으로 규명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지난 8월 29일 제54차 정기회의에서 양 일병 사건 등의 진상을 밝히면서 당시 군 당국의 중요사건 보고엔 '양 일병이 평소 자신의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며 염세 비관하던 중 소대장 숙소를 청소하다가 총기로 자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양 일병이 '주변 관계가 우호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입대 후 명랑하고 끈기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점 등에 비춰볼 때 그가 염세 비관만으로 자해할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사망사고의 원인을 개인 사정으로 발표한 것과는 달리, 사고 당시 양 일병 소속된 소대 병력 27명 가운데 병장이 23명이 될 정도로 계급 분포에 불균형이 심각했고, 이 때문에 병장 이하 후임병들은 조직적·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에 노출돼 있었단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숨진 양 일병 등은 선임들의 전투화 발로 가슴을 차이거나 도끼자루로 구타를 당하는 등 폭력, 그리고 암기와 각종 부당행위 강요 등 부조리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양 일병이 병영 부조리와 부대관리 소홀을 견디다 못해 유명을 달리했음에도 군 수사결과에선 사망 원인을 단순 개인 사정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하고 양 일병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양 일병 소속 부대 지휘부는 이런 정황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양 일병은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다.

위원회는 또 1958년 육군형무소에서 숨진 임모 일병에 대해서도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바꿔줄 것을 국방부에 요청했다.

당시 '임 일병이 휴가를 나간 뒤 복귀하지 않아 형무소 복역 처분을 받았고 복역 중 불상의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육군형무소의 매·화장보고서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위원회는 "임 일병이 병사했는지 혹은 구타에 의해 사망했는지 등 사망원인을 확인할 순 없으나, 사망 당시 군인 신분으로서 군의 관리 감독권이 작용하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사망과 공무수행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이 사건은 개정 '군인사법' 제54조의2 제2항에 따라 '순직'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개정 '군인사법'의 취지는 군인이 의무 복무기간 중 사망할 경우 고의·중과실 또는 위법행위 등이 원인이 아닐 땐 순직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열린 제56차 정기회의 땐 위원회에 집정 접수된 사망사고 가운데 32건을 진상규명하는 등 총 44건의 종결했다고 밝혔다.


한편, 위원회는 군내 사망사고와 관련해 총 1787건 진정사건 가운데 현재까지 1356건을 종결했고, 431건을 처리 중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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