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50조 유동성'에도 불안 계속되자… 당국, 금융지주에 'SOS' ['돈맥경화' 해소 95조 지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1 18:00

수정 2022.11.01 20:36

"레고랜드發 채권시장 경색 해결"
정부, 자본·실물 모든 대책 가동
신용도 높은 은행채 발행 억제
일반 회사채 수급 불균형 해소
2금융권 신용공여한도 유지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회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 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서동일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회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 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서동일 기자
금융당국의 'SOS(긴급 구조요청)'에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가 해결사로 나섰다. 레고랜드발로 얼어붙은 채권시장의 자금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자본·실물 가릴 것 없이 쓸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5대 금융 유동성 73조원 공급

5대 금융지주회장단은 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간담회를 하고 95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프로그램을 가동했는데도 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자 5대 금융지주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날 제시된 지원대책에는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 12조원 △지주그룹 내 계열사 자금공급 10조원 등이 포함됐다.


우선 5대 금융지주는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 단기금융시장 안정에 나섰다. 현재처럼 신용도가 높은 은행채의 발행이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지는 일반 회사채의 수요가 낮아져 수급불급형이 심화돼 시장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은행채 사전신고 규제를 지난달 28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은행들은 사전신고한 발행 예정금액대로 발행하지 않아도 제재를 면제받는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은행들은 당국에 사전신고한 발행 예정금액의 20% 내에서만 발행물량을 감액할 수 있었다.

이번 대책에서 유동성 공급에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이유는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발행이 막히며 자금시장에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하자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한 은행 대출을 찾아왔다. 이에 더해 최근 '돈맥경화'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조달을 사실상 포기하고 대출로 자금을 충당하는 기업이 더 많아졌다.

실제 이날 현재 중소기업 등을 포함한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9조9641억원 증가한 704조8637억원을 기록하며 13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회사채·ABCP 등 적극 매입

채권시장의 매수세력으로 직접 나서 수급도 조절할 계획이다. 투자수요가 위축돼 시장에서 소화가 어려운 여전채를 비롯한 특수은행채·회사채·기업어음(CP)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한다.

한전 등 공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확대계획도 포함된다. 앞서 정부는 'AAA'급의 우수한 신용등급인 한전채로 시중 자금이 쏠리자 한전 등 공공기관에 채권 발행 자제령을 내렸다. 이에 5대 금융지주가 필요한 공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규모도 유지한다. MMF는 투자신탁회사가 고객의 돈으로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상품이다.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단기 채권시장의 불안이 가속화되면서 손실을 우려한 기관들은 MMF에서 자금을 환매해왔다. MMF에서 자금이 유출하면 자산운용사는 환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처분, 시장의 위기감을 심화할 수 있다. 금융지주의 이번 조치로 단기 크레디트 채권에 대한 수요 확보가 용이해질 전망이다.

제2금융권에 대한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라인)도 유지한다. 최근 2금융권이 은행들의 자금회수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점에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다.


12조원 규모의 채권·증권시장 안정을 위한 펀드자금은 대출이 아닌 금융지주들의 자금을 곧바로 시장에 공급하는 조치여서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은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만기를 하루 앞두고 채안펀드를 통한 7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에 성공한 바 있다.
지주들은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 조성되는 증안펀드에도 지주들은 각 1조원 규모의 돈을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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