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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하는 제시카법 도입할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1 18:29

수정 2022.11.01 18:29

′수원 발발이′로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거주지인 경기 화성의 한 원룸 앞에서 11월 1일 오전 정명근 화성시장과 학부모들이 강제 퇴거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화상
′수원 발발이′로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거주지인 경기 화성의 한 원룸 앞에서 11월 1일 오전 정명근 화성시장과 학부모들이 강제 퇴거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화상
'수원 발발이'로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39)가 최근 출소 후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 화성 봉담읍 초등학생 학부모 50여명은 1일 박이 머무르는 원룸 앞에서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봉담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까지 있어 어린 학생들이 많은 지역인데 반경 1㎞ 내에 성범죄자가 거주한다는 소식에 동네가 발칵 뒤집힌 상태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주민들의 불안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실제로 성범죄자들은 자신이 사는 거주지 근처에서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자의 50%, 청소년 성범죄자의 16.3%가 그랬다고 한다.
누구라도 범죄자를 바로 이웃으로 둔 부모라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라. 당장 이사라도 가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박의 주거지 결정에 관여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출소한 성범죄자의 거주를 제한하는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법무부는 전담 보호관찰관을 배치하고 방범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법원은 성충동 조절치료를 받고, 오전 0~6시 사이 외출을 하지 말라는 결정을 박에게 내렸다. 박은 현재 전자발찌를 차고 있고, 이틀째 밖으로 나오지 않고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간접적 대응책만으로는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주요 선진국은 아동 성범죄자의 거주지 제한과 보호감호 조치 등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38개 이상 주에서 거주지를 제한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아동 성범죄자는 평생 전자발찌를 차야 하고, 학교와 공원으로부터 300m 안에는 거주할 수 없다. 2005년 아홉살 제시카 런스포드가 성범죄 전과자에게 살해당한 후 제정된 일명 '제시카법'이다.

우리 국회에서도 이와 취지가 비슷한 '조두순 방지법' 등의 법률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국회의 직무유기다. 법무부는 제시카법과 같이 성범죄자의 거주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고자 연구용역을 발주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안된다면 정부 입법으로라도 속히 도입해서 부모들을 안심시켜 줘야 한다.


나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독일식 치료 목적 보안감호처분도 검토하기 바란다. 우리나라의 성범죄자 제재는 국민 요구에 훨씬 못 미친다.
범죄자보다 선한 국민의 인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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