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들은 한결같이 이곳이 위험하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그곳이 어디냐"라는 대답만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찰청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참사가 벌어진 골목 한 가운데인 이태원 119-7번지의 한 술집에서는 저녁 8시 33분께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졌다"며 술집 명을 적시한 신고가 들어왔다. 이후 사고 발생 25분 전쯤인 밤 9시 50분께 "가능하면 빨리 나올 수 있겠냐"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 지점에서는 참사 직전의 마지막 신고도 들어왔다.
이밖에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 초입의 편의점에서도 저녁 6시 반께 신고가 접수됐고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신고가 들어 곳의 위치가 모두 사고 현장 주변인 해밀톤 호텔 인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자들은 한결같이 이곳이 위험하다고 경찰에 호소했지만 매번 경찰은 "위치가 어디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밤 9시 10분께 들어온 8번째 신고에서 신고자가 "이태원역 주변이 위험하다"고 말하자 "상호명을 알려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고자가 "거리 전체가 그렇다"고 답하자 "거리 전체가 사람이 많냐"고 되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위급 상황에서 들어온 신고에도 "이태원역 몇 번 출구인지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되물었다. 경찰 업무 지침에는 같은 전화번호와 동일장소에서 반복되는 112 신고는 경찰관이 살펴봐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태원 참사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다수의 112 신고가 있었지만 미흡한 대응으로 참사를 막지 못했다고 시인하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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