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태원파출소 직원 "서울청에 기동대 지원 요청, 윗선 묵살"

뉴스1

입력 2022.11.02 10:34

수정 2022.11.02 11:03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2022.10.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2022.10.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156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에서 경찰의 부실대응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일선 경찰이 윤희근 경찰청장의 '초동 대응 미흡'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51분쯤 경찰 내부망에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이라 밝힌 한 경찰관이 "동료들이 감찰조사를 받는 중이기에 걱정돼 글을 쓴다"며 "(윤 청장은) 어떤 근거로 112 신고 대응이 미흡했다고 발언했느냐"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경찰관은 "압사 우려 신고가 사고 발생 골목뿐 아니라 이태원역 주변 일대 여러 곳에서 접수됐다"며 "(오후 6시34분부터 접수된) 11건 가운데 4건만 출동한 건 신고자에게 인파 안쪽으로 들어가지말고 귀가하라고 안내해 마무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몰려든 인파로 압사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는 매해 지구촌축제, 핼러윈, 크리스마스 시기마다 있었다"면서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에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글에 따르면 당시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비번임에도 오후 11시부터 모두 출근했으며 용산경찰서 교통과 직원들도 현장 곳곳에서 인파를 통제했다.


그러나 윤 청장은 1일 국회에 출석해 "사고 당일 오후 6시34분쯤부터 현장의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으나 사고 예방 및 조치가 미흡한 것을 확인했다"며 경찰의 초동 대응 문제를 인정했다.

이에 일선 경찰관이 경찰 내부망에서 경찰청장의 발언을 정면 비판한 것은 현장에 책임을 묻겠다는 일종의 '꼬리 자르기' 기류를 읽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경찰청은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용산경찰서 실무자 및 지휘관을 대상으로 감찰에 착수한 상황이다. 감찰팀은 사전대비, 현장대응 등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을 쓴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은 "경찰청장의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이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일선 경찰관은 슈퍼맨이 아니며 경찰만능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취임사는 전부 거짓말이었냐"고 묻기도 했다.

해당 경찰관의 경찰청장 공개 비판은 하루도 안돼 600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일선 경찰관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한 직원은 댓글에서 "결과만 놓고 현장 출동 경찰관의 대처가 미흡했다며 사지로 내몰고 있다"면서 "왜 힘없고 불쌍한 지역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지 슬프고 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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