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수많은 생명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떠나 보내 놓고 '사고 사망자'라고 표현하는 건 아니잖아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를 방치하고 정부가 나몰라라 하는 건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아요."
광주·전남 10명을 포함해 156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의 국가애도기간이 5일로 끝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참사 발생 과정과 그 이후 대처와 관련, 정부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5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광주시민 분향소는 이른 오전임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가, 인근 상점에서 장사를 하다가, 뉴스를 보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지난달 31일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등이 설치한 이곳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이날까지 1000여명 이상.
추모객들은 사전에 인파 통제에 나섰더라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이번 참사의 원인을 정부와 행정기관의 미숙한 대처 탓이라고 지적했다.
흐느끼며 추모를 마친 시민 양모씨(33)는 "또래 젊은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하다"며 "미연에 사고를 막지 못하고 이제 와서 추모를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다. 사고 사망자라는 표현은 정말 잘못됐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매년 있었던 행사였는데 정부와 행정기관이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참사를 낳았다. 너무나 무능하다"며 "월드컵 때는 더 많은 인파가 나와도 통제가 됐었다. 한창 나이에 놀고 싶었던 젊은이들 책임으로 돌리는 정부 태도가 답답하다.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구 주민 이상재씨(61)도 "사고 전날에도 이태원은 핼러윈 인파가 많이 몰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참사 당일 인파 통제를 위한 경찰 배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용산에 대통령실이 있음에도 국민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대통령이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또 "이제 와서 죄 없는 하위직들 처벌하는 모양새로 꼬리 자르지 말고 책임 있는 고위층이 전부 물러나야 한다"며 "더 이상 국민 눈을 속이려고 하면 국민들도 더는 참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이후 추모 과정에서도 빚어진 각종 논란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북구 주민 임성락(74)씨는 "이번 사건 관련 정부는 초기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표현하고, 근조 리본에서 근조 글자도 빼도록 했다"며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도대체 무엇이 잘못인지 정부 스스로도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연극 작업을 위해 광주를 찾은 배우 오재성(34)씨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더 좋은 방안들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그것을 제재한다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민상주모임은 이날 오후 8시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6시부터는 광주전남촛불행동이 아시아문화전당역 인근에서 '광주시민촛불'집회를 개최하고 참사 희생자 추모 행사를 갖는다.
또 오는 7일에는 광주시민사회단체가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는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사과와 내각 총사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이태원 참사로 광주에서는 7명, 전남에서는 3명 등 광주·전남에서는 1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