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성 마켓보로 대표 "B2B에서 가격보다 중요한 상품의 질과 미수금 문제 풀었다"
[파이낸셜뉴스] "쿠팡, 컬리는 물론 식당 사장도 모르는 그 식당에 딱 맞는 식자재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게 강점이다."
13일 경기도 성남 마켓보로 판교사옥에서 만난 임사성 대표는 "똑같은 파스타 가게라도 데이트 코스인 압구정, 고시촌인 노량진, 오피스상권의 을지로에서 원하는 양파의 품질과 가격은 다 다르다"며 "식당 사장의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한 '마켓봄'엔 2조원이 넘는 거래에 기반한 데이터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타공인 '연쇄창업자'임 대표가 6번째로 창업한 스타트업 마켓보로는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부터 식자재 도·소매업자, 식품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고객이다.
임 대표가 식자재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이들을 고객으로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이곳은 아직 전화, 수기 장부, 간이 영수증 등 '아날로그'한 방식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불신비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기로 이뤄지는 외상 거래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은 일관된 품질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유통업자에겐 미수금이 발생한다. 이 주먹구구식 시장의 디지털화가 목표인 마켓보로는 이미 시장점유율이 10%를 넘겼다. CJ프레시웨이는 성장가능성을 내다보고 403억원을 투자했다.
마켓봄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웹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 식당 주인이 쉽게 쓸 수 있는 편의성도 눈에 띈다.
임 대표는 "전화로 주문하는 것보다 정확한 건 물론이고 빠르고 편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용자환경(UX)을 디자인하는 단계에서부터 편의성을 가장 신경썼다"고 말했다.
식당들은 마켓봄을 이용할 때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 이 폐쇄형 플랫폼 이용료는 8만8000원으로 식자재 유통업체들만 낸다. 유통업체에게도 이 비용은 미수금 발생 우려를 크게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업계는 국내 식자재 시장 규모를 연간 6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존 급식전문 기업으로 인식되어온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등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이유다. 대기업도 고전하고 있다.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20%도 못 미친다. 마켓보로는 가격 경쟁력이 아닌 안정적이고 편안한 식자재 공급이라는 '신뢰'를 무기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마켓보로는 식자재에 코드를 달아 매핑(Mapping)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임 대표는 "IT기업 출신 검색전문가들과 함께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유통되는 식자재 5만여개 중 내년 상반기까지 4만개(80%)에 대한 매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농심과 오뚜기의 사리면이 어떤 지역, 어떤 업종에서 더 잘 팔리는지 분석하겠다는 것.
마켓보로는 2020년 개방형 식자재마켓 '식봄'도 출시했다. 마켓봄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유통업체에게 식봄 입점을 권하고, 식당 위치를 중심으로 공급업체를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했다. 소규모 식자재 유통에서 거리는 가격보다 중요하다.
임 대표는 "식자재 시장에 여러 스타트업이 진출하고 있다"며 "마켓봄은 일종의 인프라를 바꾸는 일이고 여기서 모은 데이터로 식봄을 운영해 식자재 유통 시장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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