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추모집회
尹정부 규탄집회서 추모집회로
자원봉사자들 안전라인 만들며 대규모 인원 질서유지·사고예방
尹정부 규탄집회서 추모집회로
자원봉사자들 안전라인 만들며 대규모 인원 질서유지·사고예방
지난 5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대학생 임모씨(20대)는 인파를 향해 이 같이 외쳤다. 임씨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의 자원봉사자로 집회에 참석했다. 임씨의 주요 임무는 보행자의 우측통행 유도. 그는 "인재(人災)인 이태원 참사로 인해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는 집회인 만큼 또 다른 인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안전이 제일 우선이다"고 밝혔다.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촛불 집회가 이날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 집회 주최 측은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안전사고 예방 위해 동분서주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등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태평로 교차로에서 숭례문 교차로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매주 동일한 장소에서 열었던 '윤석열 정부 규탄 집회'를 변경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벌인 행사다. 다른 날의 집회와 달리 이날 집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우측 통행과 보행로 확보 등을 위해 마련한 안전장치다.
이를테면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붉은색 안전 라인이 있다. 이태원 참사 때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던 사람들이 뒤섞여 혼란이 가중됐던 상황을 반면교사 삼은 것이다.
보행로 확보를 위해 자원봉사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집회 참여자가 증가함에 따라 경찰에 의해 새로운 집회 장소가 마련되면 자원봉사자들은 가장 먼저 보행로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재빨리 나타나 세로로 긴 비닐과 청테이프를 이용해 안전 라인을 만들어 나갔다.
집회 중간중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주세요"와 "인도에 서 있으면 통행이 불편합니다. (집회장) 안쪽으로 들어와 질서 있게 앉아주세요" 등 질서 유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행동 관계자는 "이번 집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히 여긴 것은 시민들의 안전"이라며 "행사 부스를 지하철 1호선 시청역 7번 출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하고 우측통행을 유도하기 위해 안전 라인을 설치하는 등 시민 10만명이 모여도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尹정부, 국민 생명 보호 힘써야"
집회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가슴에 근조기를 달고 집회에 참석한 최모씨(70대)는 "대통령이 취임식 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국민들 앞에 약속까지 해놓고서는 한 순간에 150여명의 젊은이들이 세상을 떠나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 말이되냐"고 반문했다.
사고 직후 대통령의 태도를 문제로 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모씨(40대) "는 참사가 발생한 직후 대통령이 즉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를 했어야 한다"며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한 종교 행사에 참석해 짧은 문장으로 사과를 표시했다는 것 자체가 국정 운영을 위한 자질이 부족한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추모 위령 법회에 참석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9일 후 참사가 발생한지 6일이 지난 시점이다.
집회 곳곳에선 '퇴진이 추모다'와 '퇴진이 평화다' 그리고 '윤석열 퇴진' 등 구호가 적인 손팻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 참사 직후 대규모 도심 집회를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집회 현장 주변을 지나가던 김모씨(30대)는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마음은 좋지만 희생자를 이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내거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국가애도기간인 만큼 대규모 집회는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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