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산림청 허가 없이 '준보전' 국유림 양도…대법 "무효 아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7 07:36

수정 2022.11.07 07:36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파이낸셜뉴스] 준보전 국유림의 경우, 산림청장의 허가 없이 양도했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토지인도 사건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1995년 12월 준보전 국유림으로 분류되는 경기도 화성의 땅 6000여㎡를 국가에서 대부받은 A씨 아버지는 2012년 10월 다른 사람에게 이 땅의 대부권을 1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땅과 그 안에 있는 건물 점유권도 함께 이전했다. '준보전 국유림'은 '보전 국유림'보다 공적 기능이 약한 국유림으로 국유재산법상 일반 재산에 해당한다.

A씨 아버지는 대부권을 양도받은 이에게 산림청장으로부터 양도허가를 받아 주려고 했지만 허가 신청이 반려돼 2015년 5월까지도 양도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이 양도자는 B씨에게 건물의 점유권을 넘겼다. 그런데 A씨 아버지가 2017년 8월 별세하자 상속자인 A씨는 B씨에게 건물에서 나가라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 쟁점은 A씨 아버지가 산림청장 허가 없이 체결한 대부권 양도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는지였다.

1심과 2심은 A씨 손을 들어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아버지가 대부권을 넘긴 양도계약은 '유동적 무효' 상태였다가 결국 산림청장의 양도 허가를 받지 못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됐다고 판단했다. 결국 권리를 가진 A씨가 이 사건 토지 사용권을 기반으로 방해배제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준보전 국유림에 관한 대부계약은 국가가 주체로 대부를 받는 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한 사법상 계약이므로, 그에 관한 권리관계를 특별히 규제하는 법령이 없는 이상 민법상 임대차에 관한 사법상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즉, 임차권 양도 계약이 유효한 것처럼 준보전 국유림 대부권 양도 계약에서도 적용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국유림법에 따르면 준보전 국유림은 '보전 국유림' 이외의 국유림으로 국유재산으로서 갖는 공적 특성이 비교적 크지 않다"며 "준보전 국유림을 대부받은 자가 산림청장의 허가 없이 한 권리양도의 효력에 관해 정한 바가 없고 허가 없는 양도를 처벌하는 조항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민법상 임대차에서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이 무단양도된 경우에도 채권계약으로서의 임차권 양도계약이 유효한 것과 마찬가지로 준보전 국유림을 대부받은 자가 제3자에게 그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도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