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는 가운데 내년 한국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고용·물가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각 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대신증권(1.6%)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경제연구원(1.9%)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1.9%) 등 국내외 민간 경제·금융기관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 아시아개발은행(ADB·2.3%) 등 국제기구들은 2%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2.1%,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를 전망했는데 KDI는 오는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기존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수출 부진과 내수가 동반 위축돼 내년 말까지 부진을 지속하는 L자형 회복세에 그칠 것”이라며 1.6% 성장을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방역 조치 해제로 소비가 늘어나는) ‘리오프닝 효과’가 소멸되고 고물가·고금리 여파, 경제심리 부진 등으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통화긴축 강화 및 해외수요 위축 등에 따른 수출 여건 악화도 국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1%대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 때의 -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0.8%,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의 -0.7% 등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한은이 보는 잠재성장률 2.0%를 밑도는 것인데, 대형위기 때를 빼고는 흔하지 않다.
내년 경제 위축이 전망되는 주요 이유로 우선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의 악화가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이 524억8000만달러(약 7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91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67억달러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른바 차이나런(해외 투자 자본 및 기업의 중국 이탈)과 코로나19(COVID-19) 봉쇄조치 등으로 한국 수출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것도 변수다.
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를 유지하는 등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어서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까지 커지면 그간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소비도 타격을 받는다. 이는 고용지표 악화로 이어진다. KDI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79만1000명에서 내년에는 8만400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률 하향과 함께 물가·고용 등을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온 국민을 비통에 잠기게 한 이태원 참사가 상당 기간 소비 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처럼 사회 전반에 깔린 우울감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 4월~7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연간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다.
정부도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어려워지고 성장률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미 여러 차례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기재부 간부회의에서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엄중한 상황도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내년 상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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