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신공영 회사채 65%까지 치솟아
롯데건설, 그룹사 통해 7000억원 조달
KR, 태영건설·코오롱글로벌 등 주시해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건설업계가 워낙 어렵다보니 이제 고등학생인 자녀들이 어디서 이야기를 듣고는 혹시 아빠네 회사도 망하냐고 물어보네요." 한 대형 건설사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건설업계에 퍼지는 부도설과 관련해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금리인상의 여파로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유동성까지 흔들리면서 건설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견 이상의 건설사들이 줄도산했던 것처럼 다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25위의 중견 건설사인 한신공영은 지난 1일 회사채가 최고 금리 연 65.147%에 유통되면서 자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해당 채권은 장 초반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 평균 평가금리·연 5.801%)보다 약 3%포인트(p) 가량 더 높게 거래되다가 장중 차이가 15%∼33%p를 넘어서더니 결국 59%p까지 벌어졌다.
시공능력평가 8위인 롯데건설은 지난달 '운영자금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그룹 계열사인 롯데 캐피탈을 통해 유상증자 2000억원과 금전소비대차 5000억원 등 총 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았다. 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의 PF 차환 문제로도 불안감을 고조시키다가 지난달 28일 실패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앞서 올해 시공능력평가 202위(충남지역 6위)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이 지난 9월 말 납부기한이 도래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처리되는 등 건설업계 자금경색 문제는 중소업체들 위주로 발생해 왔으나, 최근에는 중견 및 대형 건설사에서도 불안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자금 유동성 불안은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기업평가(KR)가 지난 9월 발표한 '건설사 부동산PF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KR 유효 등급을 보유한 22개 건설사의 PF 우발채무(정비사업 제외)는 총 18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R은 롯데건설, 태영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우건설 등의 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편이라고 분석하면서, 주로 개발사업 과정에서 신용보강 증가, 만기구조 단기화 등의 요인이 작용한 업체들이 우발채무 규모가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KR은 "롯데건설은 다수의 개발사업 추진과 브릿지론 신용보강 등으로 자금보충 약정 규모가 4조3000억원에 이른다"며 "7조8000억원 규모 우선수익권을 담보로 한 재무융통성이 인정되지만, 만기구조가 단기화돼 갑자기 유동성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HDC현산은 착공 및 분양성과가 우수하지만, 안전관련 이슈 등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상당수의 PF유동화 증권 만기가 단기화돼 있다"며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조정 전 대비 조정 우발채무 규모가 상위에 분포하는데 만기구조 단기화로 조정 효과가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태영건설은 만기 구조가 장기화돼 있고 분양률이 우수하나 재무완충력을 감안할 때 PF 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한 수준이고, 코오롱글로벌은 상대적으로 과소한 자본 대비 조정 우발채무 규모가 크다"면서 "PF 우발채무 규모와 질적 리스크를 종합할 때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태영건설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봤다.
물론 아직까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외의 대형사들은 집값 급등기 당시 쌓아 놓은 현금자산 등을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비상장사에 자본금이 적어 업계에서 우려가 나왔던 롯데건설은 그룹사가 있다 보니 실질적인 도산 위험은 적다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난 2008년 이후의 상황을 잊지 말고 정부가 미리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공능력평가 13위였던 쌍용건설과 벽산건설(28위), 남광토건(35위) 등 중견 이상의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부딪혀 워크아웃 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PF시장 대출 연장 거부는 전형적인 유동성 위기로, 대출이 막혀 공사 자금 확보가 어려운 건설사가 증가하고 연대보증으로 인한 부도 위험도 커지고 있다"며 "건설부동산 부문에서 발생한 신용경색 상황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위기 대응과 대내외적 시장 신뢰 확보가 2023년 국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에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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