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선 바이든 대 트럼프 재대결 힘들지도
[파이낸셜뉴스] 8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 자리를 잃었으나 상원에서 과반수인 50석 이상을 간신히 확보하면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민주당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상원 후보 존 페터먼이 TV 의학상담 프로 진행자로 유명한 메메트 오즈에 승리를 거둘 것이 유력해 51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중간선거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으나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은 조 바이든은 2024년 대선 후보로서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미 유권자들, 낙태보다 물가상승에 더 관심
이번 선거에서 낙태권리와 기후변화, 범죄, 이민, 총기규제 같은 많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주식시장 부진과 침체 발생 우려, 그리고 40여년만의 높은 물가상승이 더 중요한 문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후 1030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자신의 행정부를 믿고 따르기를 기대했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40여년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과 잇따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과 이로 인해 앞으로 나타날 실직자 증가라는 눈앞의 현실이 시급했다.
공화당 후보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일자리 창출 과시에 대해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인 반면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부양책이 경제를 과열시키면서 물가를 끌어올렸으며 미국내 원유 생산 제한을 풀지않아 기름값을 오르게 했다고 비판해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캠페인 매니저를 칼 로브는 지난달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유권자들에게 낙태를 할 권리가 우선 문제가 아닌데도 민주당을 주요 이슈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치적을 내세워온 재정 적자 감소는 코로나19 부양책이 종료되면서 나타난 것이며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마당에 연방 정부의 예산이 많이 나가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민주당 지지자들도 조차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설문조사에서 대상자의 62%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처를, 58%는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며 민주당에 지지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다.또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낙태 권리를 폐기하는 판결을 내리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결집하면서 투표 열기를 일으키는듯 했으나 이 문제에 집착하는 것으로는 상하 양원을 모두 잡기에는 부족했다.
선거를 앞두고 야후뉴스와 유거브(YouGov)가 10월 27~31일 마지막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대상자 1641명 중 38%가 인플레이션을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봤으며 민주주의(18%), 낙태(10%), 범죄(5%)가 그 뒤를 이었다.
또 75%는 미국 경제 상태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10명 중 6명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관련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2024년 바이든 대 트럼프 재대결 힘들지도
이번 중간선거 결과 오는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바이든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양원 다수당 자리를 지킴으로써 2024년 재선의 포석으로 만들려 했으나 당내에서도 차기 대선 후보로써의 입지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고위 지도부는 올해 79세인 바이든 대통령 외에 82세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 71세인 찰스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 등 고령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 내부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문제는 강력한 대선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재출마를 포기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 계획안을 준비해왔다고 보도했다.
또 이날 CNN의 출구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3분의 2는 바이든의 재출마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주 중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해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후원한 후보들이 기대에 못미친 반면 후원하지 않은 후보들이 선전해 공화당에서 입지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 잠룡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여유롭게 재선에 성공하면서 힘을 얻게됐다.
트럼프는 지난주 펜실베이니아 유세장에서 4년전 자신이 후원했던 디샌티스 주지사를 조롱하는 발언을 해 두 사람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보수 언론들은 트럼프의 디샌티스 조롱에 플로리다주의 일부 유권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랫동안 선거철마다 경합주였던 플로리다가 공화당 우세지역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디샌티스는 압도적인 표차이로 주지사 재선에 성공하면서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됐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