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실의 MBC 기자 제재, 2018년 트럼프 사례와 비슷
美 트럼프, 2018년에 CNN 기자 제재...전용기 안 태워
퇴임 이후에도 CNN에 손해배상 소송 제기
美 트럼프, 2018년에 CNN 기자 제재...전용기 안 태워
퇴임 이후에도 CNN에 손해배상 소송 제기
[파이낸셜뉴스] 한국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두고 특정 언론사 기자의 전용기 동승을 불허하면서 지난 2018년 미국에서 벌어졌던 비슷한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백악관은 미 CNN 기자를 제재하며 ‘부적절한 행동’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9일 발표에서 오는 11일부터 예정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에서 MBC 취재진을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관련 기관에서 특정 매체의 취재 기자를 제재한 사례는 2018년 미국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이후 좌파 성향이 강한 매체들과 충돌했고 특히 CNN과 사사건건 언쟁을 벌였다. CNN은 2018년에 트럼프와 그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연루된 성추문 은폐 논의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CNN의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짐 아코스타는 중간선거 다음날이었던 2018년 11월 7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와 언쟁을 벌였다. 아코스타는 남미에서 미국 국경으로 북상하던 이민자 행렬 대처 방안을 질문한 뒤 다음 질문을 추가하려 했고 이에 트럼프는 “이제 그만!”이라고 소리치며 질문을 막았다. 이때 백악관에서 근무하던 젊은 여성 인턴이 아코스타의 마이크를 가져가려다 기자와 실랑이를 벌였다.
사건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새라 허커비 샌더스는 다음날 성명을 내고 “기자가 자기 일을 하려던 젊은 여성 백악관 인턴의 몸에 손을 올렸다”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샌더스는 이달 미 중간선거에서 아버지를 이어 아칸소 주지사에 당선됐다. 백악관은 성명과 함께 아코스타의 백악관 취재허가증 효력을 중단했다. 트럼프는 성명 다음날 기자들의 항의에 대해 “출입금지 조치를 당할 기자들이 더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같은달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고 취재허가증이 정지된 CNN 취재진만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당시 CNN 인원은 자비로 민항기를 타고 유럽으로 향했다.
사건 이후 CNN은 즉각 반발했으며 백악관 기자협회와 AP통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매체들도 잇따라 CNN 지지 의사를 밝혔다. CNN과 반대로 우파 성향이었던 폭스뉴스마저 성명을 내고 백악관이 취재허가증을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법원은 같은달 16일에 백악관을 상대로 취재허가증 정지 조치를 즉각 해제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법원은 백악관이 취재허가증 정지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트럼프는 법원의 명령 이후에도 새 규정을 만들어 기자를 쫒아낼 수 있다며 앞으로 “기자회견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의 불만은 퇴임 이후에도 여전했다. 그는 지난달 3일 미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연방지방법원에 CNN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4억7500만달러(약 652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트럼프의 선거 캠프는 2020년 대선 당시 NYT와 WP를 고소했으며 NYT와 관련된 소송은 기각됐으나 WP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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