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미디어텍이 퀄컴·애플의 제품 성능을 뛰어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선보이며 시장 지형이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된 삼성은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 뿐 아니라 미디어텍까지 추격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았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디어텍은 TSMC의 4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최신 모바일 AP '디멘시티 9200'을 공개했다. 미디어텍은 지난해 말 '스냅드래곤8 1세대'을 웃도는 성능을 갖춘 '디멘시티 9000' 출시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디멘시티 제품 자체만 보면 현존 모바일 AP 중 최상급의 성능을 구현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정보기술(IT) 팁스터(정보유출자)인 '아이스유니버스'가 실시한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디멘시티 9200은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와 비슷한 성능을 냈고, 애플의 아이폰14 프로·프로맥스에 탑재된 'A16 바이오닉'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뛰어났다.
미디어텍은 시장 전체에 공급하는 물량 기준으로는 이미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 최강자인 퀄컴을 넘어섰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전세계 모바일 AP 시장에서 매출 기준 미디어텍은 2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퀄컴(44%)에 크게 밀렸다. 반면 출하량 기준으로는 미디어텍의 점유율은 퀄컴(29%)을 앞선 39%를 나타냈다. 그동안 미디어텍의 제품이 주로 수익성이 낮은 중국 업체의 중저가 스마트폰 위주로 탑재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텍이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까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면서 업계 전체가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모바일 AP 엑시노스의 지위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월 '갤럭시 S22' 출시 당시 칩 성능 문제가 발생하면서 '엑시노스 2200'과 스냅드래곤8 1세대를 병행해 탑재했다. 내년 초 '갤럭시 S23' 출시를 앞두고 퀄컴 아카시 팔키왈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스냅드래곤8 2세대 전량 탑재를 시사하면서 현재 개발 중인 '엑시노스 2300'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단 삼성전자는 중저가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부터 삼성전자는 갤럭시 A3·A5 등 보급형 갤럭시 제품 시리즈에 퀄컴, 미디어텍 제품 대신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높이며 모바일 AP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미디어텍이 사실상 중저가 시장을 평정한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 격차를 유의미하게 좁힐 수 있을 지 미지수인데다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모바일 AP 경쟁력 약화는 최대 고민으로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스마트폰 생산업체들은 기존에 쓰던 모바일 AP를 다른 브랜드로 변경하는데 매우 보수적"이라며 "칩 자체 성능과 실제 스마트폰에 탑재된 후 성능 편차는 크다. 시장에서 더 많은 검증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삼성전자도 대응 방안 모색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