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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전선산업, 중국에 안방 내줄 판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0 18:09

수정 2022.11.10 18:09

[강남시선] 전선산업, 중국에 안방 내줄 판
"대놓고 중국 사업 확대한다고 발표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숨죽이고 있어야죠."

최근 대기업 관계자들은 중국 이야기만 꺼내면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한국은 종종 미·중 간 경제패권 갈등의 틈바구니에 낀 '넛크래커'에 비유된다. 요즘은 한술 더 떠 해야 할 말도 못하는 '홍길동 신세'다.

바이든 정부의 서슬 퍼런 중국 배격주의 속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등 우리 주력산업들은 직격탄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침체의 쓰나미가 밀려오는데 중국에 대한 적기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이 사이에 중국은 넘보지 않았던 한국 시장을 침투하고 있다. 중국이 새 타깃으로 삼은 대표적인 분야가 전선 업종이다.

중국 1위 전선 회사인 형통광전이 지난해 말 국내 사무소를 연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형통광전은 국내에서 여러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제로, 올해 전남 신안군 비금도 비금주민태양광 사업, 신안태양광 사업, 전남해상풍력 사업 등에 형통광전, ZTT같은 중국 전선사들이 견적서를 받았다. 일부 국내 설계·조달·시공(EPC) 업체들은 이들과 컨소시엄도 추진 중이다.

미·중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질서의 주류로 떠오른 자국 산업 보호주의는 남의 이야기다. 특히 국가기반시설 인프라의 핵심인 전력산업은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중국굴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국가기반산업인 전력산업은 자국 업체에 유리한 입찰 관행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전력망 구축 사업에 대해 국제 입찰을 아예 하지 않고 있다. 대만은 2018~2023년까지 5년간 161㎸, 345㎸급의 초고압케이블을 수입제한품목으로 지정했다. 외국 기업의 입찰 참가를 원천적으로 불허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선 업체의 최대 시장이던 중동도 로컬 업체들을 육성해 외국 업체들을 배제시키는 흐름이다. 이 밖에도 자국 내 공장 보유, 납품실적, 사전인증, 유지보수 방안 등 입찰심사와 무역정책 등을 통해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전력 시장을 지금처럼 허용한다면 국가 전력망이 중국 등 해외 업체의 볼모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전력망은 구축 이후에도 20~30년간 운영과 유지보수가 필요해서다. 1997년 프랑스 넥상스가 수주한 제주 1연계 전력망사업을 되짚어보자. 전력망 고장 시 보수작업이 지연돼 결국 국내 업체가 복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전선 분야에서 세계 일류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수주에 밀리면 향후 남북경협, 동북아 슈퍼그리드 등이 현실화돼도 초대받지 못하는 손님일 뿐이다. 정부가 반도체, 배터리에만 정신을 팔 게 아니다.
안방을 내줄 위기의 전력산업부터 챙겨야 한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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