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부실 규모 통제 밖"
가상자산 백기사 역할했던 FTX
40억弗 긴급자금 없어 파산 위기
'FTX 투자'헤지펀드 손실 불가피
월가 "증시까지 번질라" 노심초사
가상자산 백기사 역할했던 FTX
40억弗 긴급자금 없어 파산 위기
'FTX 투자'헤지펀드 손실 불가피
월가 "증시까지 번질라" 노심초사
■'유동성 위기' FTX 인수 불발
바이낸스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FTX 인수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와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가 인수의향서(LOI)에 서명한지 불과 하루 만이다.
바이낸스는 "FTX 고객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해 주기 위해 인수를 계획했지만 FTX의 상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거나 도울 수 있는 능력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실사과정에서 FTX의 재무제표상 부채와 자산 간에 60억달러 이상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이 FTX의 유동성 위기를 조사 중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FTX의 유동성 위기 조사를 위해 협력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법무부는 FTX의 사기 등 범죄 행위를, SEC는 고객 자금 등 민간 투자자 보호에 대해 살펴볼 계획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바이낸스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FTX는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뱅크먼 프리드 CEO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추가 자금이 투입되지 않을 경우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FTX를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FTX는 현재 최대 80억달러의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당장 30억~40억달러의 긴급자금이 필요한 형편이다.
■코인판 '리먼브러더스' 우려
한때 32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회사가 30억~40억달러를 조달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에 가상자산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낸스와 FTX의 거래 무산은 FTX의 미래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비즈니스에 실존적 위협"이라며 "가상자산 업계의 리먼 모먼트"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브러더스에 비교한 셈이다.
FTX 사태가 악화되면 지난 5월 코인시장 붕괴를 초래한 테라·루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와 루나가 거래 알고리즘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격이 동반 폭락한 바 있다. 이 사태는 가상자산 헤지펀드 쓰리애로즈캐피털과 가상자산 대부업체 보이저디지털 및 셀시어스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졌다.
JP모건체이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이 앞으로 몇주 간 이어질 것"이라며 "FTX·알라메다와 가상자산 생태계간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연속적인 마진콜이 진행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가 다음 위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솔라나 블록체인의 기축통화인 가상자산 '솔라나(SOL)'는 이번 유동성 위기의 주체인 FTX 관계사 알라메다가 투자한 대표적인 코인이자 뱅크먼 프리드 CEO가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코인이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알라메다는 10억달러 이상의 솔라나를 보유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주식시장과 금융업계까지 파급효과가 번질 것으로 우려한다. FTX가 지분투자한 로빈후드는 이날 주가가 13.76% 폭락했다. 미국 1위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도 FTX와의 관련성을 의심받아 9.58% 하락했다. 지난해 4월 상장 이후 사상 최저치다.
코인베이스가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했던 회사채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오는 2028년 만기, 3.375% 쿠폰금리로 지난해 발행된 코인베이스의 사모채 가격은 주초 대비 8%가량 급락했다.
FTX에 투자했던 블랙록, 소프트뱅크, 세콰이어, 써드포인트 등 글로벌 대형 VC 및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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