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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고통에 '코로나 폭로' 리원량 찾아 위로 받는 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1 11:09

수정 2022.11.11 11:23

- 코로나19 발생 처음으로 알린 우한의 의사, 이후 당국에 반성문, 진료 중 감염 악화돼 결국 사망
- 리원량 웨이보 마지막 게시물 댓글 창을 '통곡의 벽'으로 부르는 中 네티즌, 희망과 꿈, 비판 의견 끊임없이 올려
리원량 웨이보 캡처
리원량 웨이보 캡처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에서 코로나19 발생을 처음 외부에 알린 내부고발자(whistleblower) 고(故) 리원량 박사(34)에 대한 추모 물결이 다시 일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지 2년 9개월이 지났지만 중국식 초강력 봉쇄 정책인 제로코로나의 고통이 여전히 유지되면서 중국 네티즌들은 그의 디지털 묘비인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게시물을 찾으며 위로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리원량의 웨이보 마지막 게시물 댓글 창을 ‘통곡의 벽’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현재까지도 중국 시민들의 희망과 꿈, 걱정, 비판 의견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10월 12일은 리원량의 생일이었다.
또 10월 6일은 뉴욕타임스(NYT)가 리원량에 대한 다큐멘터리 특집을 내보냈다. NYT는 리원량의 마지막 날 기록을 담았다. 그의 진료기록을 살펴봤고 마지막에는 우울증을 겪었으며 초기 삽관(질식을 막고 인공호흡을 위해 기도나 창자에 관을 삽입하는 것) 조차하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리원량 사망 소식은 2020년 2월 6일 밤에 관영 매체에 올라왔다가 갑자기 삭제된 후 이튿날 새벽 발표됐다. 통곡의 벽 방문자들은 이에 대한 여러 의미를 담아 댓글을 올렸다.

또 일부는 10월 13일 베이징 시퉁대교에 걸린 제로코로나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비판 현수막 두 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현수막 한 장에는 “핵산 검사 말고 밥을 원한다, 통제가 아닌 자유를 원한다, 거짓말이 아닌 존엄을 원한다, 문화혁명이 아닌 개혁을 원한다, 영수가 아닌 투표를 원한다, 노예가 아닌 공민을 원한다”는 글이, 다른 한 장에는 “수업거부, 업무거부, 파면 독재자 매국노 시진핑”이라고 쓰여 있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차이나디지털타임스는 “중국 공산당의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며칠 전에 발생한 이 극히 드문 정치적 도전은 모든 언론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심하게 검열됐다”고 전했다.

댓글에는 10월 1일 국경절 연휴,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를 비롯한 여러 도시의 장기간 봉쇄, 제로코로나 지속을 선전하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3차례 연속 기사, 격리시설에서 방치된 채 숨을 거둔 14세 소녀 사건 등도 언급됐다. 통곡의 벽에는 11일 현재 100만개 이상의 댓글과 435만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렸다.

한 네티즌은 “리원량에 대한 기억은 중국에서 희미해졌지만 바다 반대편에서 조심스럽게 보존되고 있다”면서 “그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기억들도 사라졌을 것”이라고 썼다.

다른 네티즌은 “현재 전염병 통제는 왜곡되고 비인간적이며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시민권을 침해하고 모든 사람들은 무지와 오만함에 눈이 멀었다”며 “(리원량은)어쩌면 이런 세상을 목격하지 않았으니 이렇게 일찍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리원량 초상화. 차이나디지털타임스 캡처.
리원량 초상화. 차이나디지털타임스 캡처.

리원량은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대중에 알린 인물이다. 중국 우한중심병원 안과 의사였던 2019년 12월 30일 자신의 의대 동문 모임 채팅방에 “국내 해산물 시장에서 온 환자 7명이 사스형 질환을 진단받아 우리 병원에 격리됐다”고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인터넷을 타고 급속하게 확산됐다. 코로나19가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다.

하지만 중국 공안 당국은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질서를 해쳤다며 오히려 그를 연행한 뒤 이른바 반성문 성격의 ‘훈계서’를 제출토록 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를 공식 인정하면서 그는 유언비어 유포자에서 ‘영웅’으로 칭송받게 됐다. 그러나 리원량은 그 뒤에도 환자를 돌보다 자신도 감염됐고 끝내 숨을 거뒀다.

중국은 리원량에 대한 공식적이 추모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리원량과 대척점에 중국 당국이 있다고 대중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통곡의 벽’에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비밀리에만 속삭일 수 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헛소리를 내뱉는다.
그리고 매일, 그들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체포한다”고 비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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