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첫 동남아 순방 출국을 이틀 앞둔 9일 MBC소속 출입 기자들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언론 탄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MBC는 즉각 “언론 취재를 명백히 제약하는 행위”라고 반발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치졸하고 황당한 언론 탄압”이라고 대통령실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실의 ‘언론 탄압’ 논란에 과거 대통령들과 언론이 갈등을 빚었던 사례들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 노무현 정권 당시 ‘기자실 대못질’ 사건
대통령과 언론의 대립이 극심했던 사례로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이 꼽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출입기자 제도를 없애고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전환해 기자라면 누구나 들어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자료를 요청하고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기자실 통폐합을 추진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대담, 기자회견, 생방송 토론회 등 언론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출입처 기자단 중심으로 돌아가는 폐쇄적인 취재 시스템으로 언론이 또 다른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인식이었다.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 논란은 2007년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하며 기사 흐름을 주고 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작심 발언으로 시작됐다. 각 정부 부처 건물 안의 기자실을 없애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등 3곳의 합동브리핑센터로 통합하는 것이 이 방안의 골자였다.
이에 당시 언론계가 반발하고 정치권이 가세해 정치적·이념적 논쟁이 전개됐다. 주요 언론단체는 물론 일선기자들까지 나서서 “취재 기회의 봉쇄” 우려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은 같은 해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번복되고, 대선 이후 기자실은 다시 원상복구 되었다.
■ 문재인 정권 당시 탈북민 출신 기자 취재단 배제 사건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정권과 언론이 날을 세운 사건이 있었다. 2018년 10월 남북고위급 회담 당시 통일부가 조선일보의 탈북민 출신 기자의 취재를 불허하며 벌어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통일부는 우리 측 고위급 회담 대표단이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1시간 전인 오전 6시30분쯤 “조선일보에서 ‘풀 취재’(취재기자가 많을 때 대표 기자가 취재해 다른 기자들과 내용을 공유하는 것) 기자를 해당 기자에서 다른 기자로 교체하지 않으면 풀 취재단에서 배제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출입기자단은 “기자단 룰에 따라 대표취재를 맡긴 것이고, 해당 언론사에서 누구를 보낼지는 전적으로 해당 사에 권한이 있다”며 항의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해당 탈북민 기자가 배제되면서 풀 취재단 4개사 중 3개사만 취재에 나섰다.
이에 정부는 "북측의 요구는 없었고, 특수 상황에서의 조치"라고 해명했고, 이 해명은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특히 남북 화해 국면을 의식해 북한의 눈치를 살핀 처사라는 지적이 나왔으며, 지나친 대북 저자세 논란도 나왔다.
당시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심기를 살펴서 취한 조치라면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버린 것”이라며 “탈북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통일부가 오히려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이 같은 행태는 탈북민 인권과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해당 기자 역시 당시 “북한 김정은 체제에서 출신 성분과 정치 성향을 따지는 행태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며 “북한을 떠나온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런 일을 겪으며 탈북민 출신이란 아픔을 또 다시 겪는 게 너무나도 슬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봐선 내가 탈북민 출신이기 때문에 통일부 내에서 차별당한 것이란 해석밖엔 안 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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