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공공성' 옅어진 성동구치소 개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3 18:19

수정 2022.11.13 18:19

[기자수첩] '공공성' 옅어진 성동구치소 개발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바로 옆에 구치소가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서울 송파구 성동구치소 인근 초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구치소 담벼락을 둘러싼 추억이 많다. 분리수거장에서 우유갑을 버리다 담에 일렬로 서서 그림을 그리는 수감자들을 본 적 있다. 하늘색 수감복을 입고 페인트 롤러를 들고 있었다. 그 당시 구치소가 아이들과 주민에게 위화감을 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담벼락에는 아기공룡 둘리가 있었다.

늘 담장 안쪽이 궁금하던 성동구치소 내부를 본 건 최근이다. 서울시가 "성동구치소 부지에 여러 주택공급방식을 검토했다"며 "SH가 공공분양하는 방식으로 민간 브랜드 아파트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면서 사실상 토지임대부주택(반값아파트)·장기전세주택은 도입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분양과 공공임대가 섞인 신혼희망타운도 국토부 정책에 의해 철회됐다. 성동구치소 부지에 들어오는 가구 수는 당초 1300가구에서 1100가구로 줄었다. 이 중 공공임대주택은 100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왜 민간 택지가 아닌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주택 등을 시도하지 않는지 서울시와 SH 관계자에게 묻자 "주민 반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인근 아파트에는 "주민합의 무시하는 개발 무효!"라는 플래카드가 적혀 있다. 정부가 국공유지 개발에서 고려해야 할 건 주변 아파트 단지 입주자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전체의 잠재적 수요일 것이다. 최근처럼 전월세가 불안한 시기 좋은 입지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바라는 수요는 높아진다. 대출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청약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좋은 임대를 위한 목소리는 아파트 플래카드와 달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대규모 주택을 지을 국공유지는 극히 드물다. 토지임대부주택 등 새로운 정책적 시도가 막힌 점이 아쉬운 이유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공유지가 적어지고 질 좋은 임대물량이 부족해진 것도 우려된다. 향후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공공임대 역시 '질'을 위해 '양'을 포기한 결정이 서울 내 건설형 공공임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합당한 결정일지 의문이 든다.
성동구치소 주변 부모님 아파트에 사는 동창들은 벌써 로또 청약을 얘기한다. 토지임대부주택 단지에도 같은 생각을 했을까. 지하철역과 초등학교 인근 입지에 보다 공공성을 강화한 주택이 많았으면 어땠을까.

junjun@fnnews.com 최용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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