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200선을 위협 받던 코스피가 어느새 2500을 넘보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공포가 사그라 들면서 증시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상승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악재 없다…단기 조정 후 우상향"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51포인트(0.34%) 떨어진 2474.65에 장을 마감했다. 오전 2499.43까지 오르며 2500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오후에 약보합으로 전환되며 2500선 돌파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이번 주는 그동안 많이 올랐던 종목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단기 조정세를 나타날 수 있다"라며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압승이 점쳐지며 달러가 약세를 보였지만, 민주당이 선전하며 다시 달러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늦어도 다음 주부터는 다시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 상승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심리가 지속되고 있어 이러한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3조2260억원을 순매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달에도 외국인은 3조6000억원 가까이를 순매수했다.
이같은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증시 압박 요인이 해소되고 있다는 시그널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예상치(7.9%)를 하회한 7.7%를 기록했다. 치솟던 물가의 기울기가 낮아지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도 낮아졌고,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더 이상 고강도 긴축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고강도 긴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은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공매도 거래 비중도 줄고 있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공매도 거래대금은 5741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 대비 약 4.13%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 공매도 전면금지 해제 이후 평균치인 4.4%를 하회한 수준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파르게 떨어지는 원달러환율이 그간 외국인 수급의 증거이자 향후 원동력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제3의 돌발 변수가 출현하지 않는다면 (코스피 지수) 반등의 폭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 이전을 회복하는 수준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펀더멘털 약해…아직은 현금 갖고 있어야"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단기상승)' 또는 장기적인 박스권 국면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성장 둔화가 현재 주가에 제대로 반영돼 있는 지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전반적으로 경기 상황은 악화하고, 실적 전망은 하향 조정 중"이라며 "그런데 증시는 물가, 통화정책 이슈에 일희일비하며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에도 CPI 서프라이즈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환호했지만, 재화 소비, 서비스 물가 둔화가 CPI 서프라이즈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부분"이라며 "통화정책 안도감을 넘어선 금리동결, 인하 기대가 과도한 상황인지도 향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내려오고 미국 연준의 피벗(정책 방향 전환), 최근처럼 쇼커버링 물량과 중화권에서의 자금 이탈 등 수급 요인은 투자 심리를 상방 측면 아이디어를 향할 수 있지만, 이제는 차분히 시장을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자칫하면 올해 말, 내년 초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와 과도했던 통화 정책에 대한 안도감 후퇴가 동시에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제는 역금융장세를 뒤로 하고 역실적장세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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