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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비 올 때 우산마저 뺏는 정치권·금융당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4 18:04

수정 2022.11.14 18:04

[테헤란로] 비 올 때 우산마저 뺏는 정치권·금융당국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 조리사와 미화원 간 싸움이 났다. 아이들이 남긴 우유를 서로 가져가겠다는 것이 싸움의 발단이었다.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리라고 벌인 일이다. '여유'가 사라져 누굴 배려하기 힘들어진 시대다.

올해 코스피가 2100 선까지 밀리면서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를 금융당국, 정치권에 소리쳤다.
거품을 제거하고 선진 금융시장을 위한 길이란 의도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도무지 와닿지 않았다. 결혼을 준비하던 커플이 '전세보증금까지 끌어넣은 주식계좌 박살에 결혼을 포기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는 형국이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금융투자소득세는 개인투자자들의 또 다른 고민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으로 내려오면서 코스피 2400 선을 겨우 터치한 '희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세수 마련이란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큰손들이 시장을 떠나 시장이 붕괴되는 것은 당장 계좌에 위협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쏘아올린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도 마찬가지다. 최문순 전 도지사와 선을 긋고, 강원도의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그야말로 발작을 했다. 2050억원 규모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막을 것을 금융당국이 50조원 규모 시장안정화기금 마련 대책까지 내놔야 했다. 김 도지사의 정치적 행위를 이해하기엔 시장에 '여유'가 너무나도 없었다.

'햇빛 날 때 우산 쥐여주고 비 올 때 우산 뺏는다'는 유행어가 있다. 경기가 안 좋을 때 금융기관이 비판의 대상으로 도마에 오를 때 쓰이는 말이다. 이는 정치권에도 적용된다. 선거철에만 개인투자자를 위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코스피 3300 선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사막에서 보이는 신기루가 돼버렸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공매도'는 정론이지만 당장 개인투자자들이 필요한 '생수'와 거리가 멀다.


금융투자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세정당국인 기획재정부 내부에서 수십년 묵은 과제로 통하지만 왜 지금 도입하느냐에는 의문이 있다.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정책을 받아들이는 것과 비 올 때 우산마저 뺏기는 것은 천지 차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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