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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수익성 둘 다 잡는 기업 돼야죠"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4 18:08

수정 2022.11.15 18:41

사회적 기업 대표 2인을 만나다
이성동 옴니아트 대표
버려진 예술작품 활용해
가방·의류 등으로 재탄생
내년 매출 흑자전환 기대
김현일 디스에이블드 대표
발달장애인 작가 100명 소속
수익 30%는 작가들 몫으로
용산 대통령실 청사서 전시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로 유명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를 단순히 마케팅 전략을 넘어 꾸준히 실천해 왔다. 이본 쉬나드 창업자 겸 회장은 지난 9월 약 4조원에 달하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 전량을 세계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를 위한 재단에 기부하며 이를 증명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됐지만 결국 기업에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아무리 좋은 가치와 이념이 있어도 지속할 수 없다면 구호에 그치기 때문이다. 예술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동시에 "수익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청년 기업가 두 명을 만났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됐지만 기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사회적 가치 역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미대 졸업 전시 후 버려지는 작품을 활용하고, 발달 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을 각각 창업한 두 청년 창업가는 "예술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동 옴니아트 대표
이성동 옴니아트 대표
작가들의 버려진 작품을 활용해 만든 옴니아트의 업사이클링 가방
작가들의 버려진 작품을 활용해 만든 옴니아트의 업사이클링 가방

■이성동 옴니아트 대표, 버려지는 그림에 새 생명

"나와 같은 시기에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사업을 시작했던 대부분의 기업들이 현재 사라졌다.
사회적 가치 실현과 수익 중 수익이 100% 먼저다."

이성동 옴니아트 대표는 1988년생으로 2014년 업사이클링 기반 소셜 패션 브랜드 '얼킨'을 론칭했다. 얼킨은 버려지는 옷과 재료를 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을 판다가 모토였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가방을 넘어 의류, 생활 잡화 등 패션 전 영역을 다루는 회사인 '옴니아트'를 2017년 창업했다. 옴니아트는 예술작품 등 지적재산을 상품화해 유통 및 판매하는 커머스 플랫폼이다.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얼킨 캔버스'는 시각 IP를 활용해 패션 커스텀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가들이 이미지를 등록하면 이를 상품 제작에 활용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1만4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월 5만명 이상이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다. 얼킨캔버스는 이 대표의 초기 사업 아이디어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친구의 미대 졸업 전시를 갔는데 수많은 작품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해당 미술품을 활용해 상품에 결합하는 사업 모델을 시작했다"며 "현재는 미대 여러 곳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하고, 작품도 많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패션 의류 브랜드에서 이제는 플랫폼까지 영역을 확장한 옴니아트는 코로나 기간에도 매출이 130% 정도 성장했고, 내년에는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13억원 정도의 투자를 받았고 사업 초기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사회적경제 기업 사업에 선정되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음악 창작자들이 음원 기술의 발달로 창작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시각적 IP에 대한 확장성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김현일 디스에이블드 대표
김현일 디스에이블드 대표
디스에이블드 소속 김채성 작가의 그림으로 만든 폰 케이스.
디스에이블드 소속 김채성 작가의 그림으로 만든 폰 케이스.
■김현일 디스에이블드 대표, 장애인 작품 대통령실 전시

"외부에서 저희 사업을 도와주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데 그때마다 저희는 자선기업이 아니라 작가님들의 재능을 정당한 대가를 주고 사용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사업이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발달 장애 예술을 하나의 섹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1991년생인 김현일 디스에이블드 대표는 애초에 사회적기업, 혹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크지는 않았다. 첫 사업 아이템은 서울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공중 화장실, 카페 등의 화장실을 찾아주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1년간 운영하다 수익성이 없어 사업을 접었다.

김 대표가 26살이던 2016년 설립한 '디스에이블드'는 발달장애 예술가 에이전시 기업이다. 우연히 더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발달장애인 전시에 관객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번뜩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장애인 미술대전에 무작정 찾아가 꽃다발을 받는 발달장애 예술가와 보호자를 설득해 처음으로 2명의 작가를 섭외하는데 성공했다. 현재는 100명 이상의 발달장애 예술가가 소속돼 있다.

김 대표는 "수익이 발생하며 작가님들에게 30%의 수수료 수익을 드린다"며 "현재 13명의 발달 장애인 예술가를 직접 고용했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과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흑자로 전환했고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현재도 수많은 기업에서 전시 렌탈 서비스, 달력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로비에 디스에이블드 소속 작가 8명의 작품 15점을 전시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실 비서실을 통해 먼저 제안이 왔다"며 "향후에도 대통령실과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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