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최근 출근 시간대 정체 도로에서 운전자들의 양보를 받은 사설 구급차가 몇 분 뒤 카페에서 커피 사는 모습이 포착돼 분노를 산 가운데, 해당 구급차 회사 측이 "변명의 여지 없이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구급차 회사 관계자 A씨는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를 통해 사과문을 전하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전날 '한문철TV'에는 사설 구급차가 사적 목적으로 경광등과 사이렌을 켠 상태로 운행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부산 남구 용당동의 정체된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사설 구급차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운전자들은 가장자리로 이동해 길을 터줬다. 그러나 7분여 뒤, 문제의 구급차가 인근 카페 앞에 정차해 있었고 운전자는 커피를 사서 구급차에 탑승했다.
많은 누리꾼이 분노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빠르게 환자를 병원에 내려준 뒤 카페에 방문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문철 변호사는 "진실은 구급차 운전자 본인만 알 것"이라고 했다.
이 영상은 조회수 61만회를 기록했으며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구급차 회사 관계자 A씨가 직접 나서 사과한 것.
먼저 A씨는 구급차 내부에 설치된 CCTV(내부영상망)에 촬영된 것을 바탕으로 사건 전말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직원은 카페 인근에 위치한 병원에서 오전 9시에 환자를 받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돼 있었다. 당시 직원은 환자를 받으러 가는 중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해 오전 8시43분쯤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산 것.
A씨는 "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요청할 때는 응급인지 비응급인지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어느 병원으로 가실 분 있다고만 한다"며 "미리 예약할 때는 응급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움직인다. 보통 예약 환자들은 외래 진료를 목적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이송같이 2차, 3차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간다거나 외래 진료를 갈 때는 경광등만 켜고 사이렌은 울리지 않는다"며 "요양병원으로 이송 가더라도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거나 인턴 의사가 타고 갈 때는 사이렌을 울리면서 간다"고 부연했다.
인턴 의사가 구급차에 타고 갈 때 사이렌을 울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이송 중 사망하거나 급격히 상태가 나빠질 수 있어서다. 이송이 끝나고 복귀할 때는 경광등을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려던 환자는 1935년생 고령의 와상 환자로 거동이 전혀 안 되고, 택시나 개인 승용차로 이동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A씨는 "사설 구급차로 사이렌까지 켜가며 이동해서 병원이 아닌 카페에 커피 사러 간 것에 대해 할 말 없이 부끄럽고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다른 업체에서 응급환자도 없이 긴급자동차를 개인 목적으로 사용하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직원들이랑 손가락질하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막상 저희 직원들이 그렇게 하니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항상 방어운전, 과속금지에 친절히 하라고 교육하지만 쉽지가 않다.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위반하고 잘못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을 더욱 철저히 교육해 긴급자동차의 역할에 맞게 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A씨는 "이번 상황을 교훈 삼아 안전, 친절 교육 더욱 열심히 하겠다.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이렇게라도 사과해야 마음 편할 것 같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1항에 따르면 구급차 운전자가 응급환자 이송 등 용도 외 운용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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