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정금리 재접수도 흥행 실패
대출액 늘었지만 건수 2천건 줄어
기준 완화땐 형평성 논란 불거질듯
보금자리론과 역차별 논란도 시끌
대출액 늘었지만 건수 2천건 줄어
기준 완화땐 형평성 논란 불거질듯
보금자리론과 역차별 논란도 시끌
■자격 조건 완화에도 대출 건수↓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를 최저 연 3.7%의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2차 접수 첫 날에는 총 1864건이 신청됐다.
정부는 이달 주택 가격 6억원, 부부소득 1억원으로 신청 자격을 완화했다. 지난 9월 1차 시행 때는 자격 조건이 주택가격 4억원, 부부소득 7000만원이었다. 이때 첫 날 접수 건은 2406건이었다. 접수 5일 차까지를 비교한 결과 자격 조건 완화에도 1차 때보다 대출액 자체는 늘었으나 대출 건수는 1만 3591건에서 1만1613건으로 줄었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신청할 수 있는 주택 가격 상한선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도권 주택 종합 매매 평균가격은 6억5770만원이다. 서울 주택 평균가격도 9억2694만원에 달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자격 조건은 청년층, 신혼부부 등을 고려한 것인데 사실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상품의 진짜 대상은 중산층"이라며 "옥석 가리기를 하지 말고 소득기준과 주택 가격을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청이 저조하자 당정은 내년 1월부터 추진하는 일반형 안심전환대출의 주택 가격을 9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소득 요건도 없애고 대출 한도도 5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세대출·보금자리론 형평성 논란
이번 안심전환대출 정책이 진짜 서민을 위한 것이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주요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5.20~7.33%다. 2년 전 2%대, 1년 전 3%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부담이 빠르게 커진 것이다. 전세세입자보다 집주인을 위해 이자를 깎아주는 게 형평성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심전환대출의 자금 조달 부담이 전세대출 차주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안심전환대출의 재원을 조달한다. 문제는 MBS 발행으로 채권금리가 올라 전세대출 등 다른 차주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3.7% 고정금리가 설정된 지난 8월 초에는 전세대출 금리가 약 4%대로 격차가 크지 않았으나 현재 전세대출 금리가 너무 올랐다"며 "무주택 전세 차주의 금리를 높여 유주택 차주의 금리를 낮춰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고정금리형 정책모기지인 보금자리론과의 역차별 논란도 있다. 지난 2017년 출시된 보금자리론은 부부소득 7000만원 이내를 대상으로 6억원 이하의 주택 구매시 고정금리 4.25~4.55%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안심전환대출의 기준이 완화되자 오히려 보금자리론의 조건이 더 까다롭고 이율은 높아졌다. 소득 조건이 높아 보금자리론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더 낮은 이자를 내게 된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형평성 문제를 따지면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그동안 경제여건도 많이 변한 만큼 주거와 관련된 비용은 정부가 조금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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