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땅값 올리려고.." 제주 곶자왈 삼림 훼손한 70대 '법정구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8 04:05

수정 2022.11.18 04:04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림)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A씨(76)가 훼손한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있는 곶자왈 지대 임야. 왼쪽 사진이 훼손 전, 오른쪽 사진이 훼손 후 모습이다.(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뉴스1 /사진=뉴스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림)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A씨(76)가 훼손한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있는 곶자왈 지대 임야. 왼쪽 사진이 훼손 전, 오른쪽 사진이 훼손 후 모습이다.(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땅값 상승을 노리고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을 축구장 크기만큼 훼손한 7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76)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로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와 함께 산지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700만원,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있는 생태계 보전지구인 본인 소유의 곶자왈 지대 임야 약 6400㎡를 훼손했다.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 크기(7140㎡)와 맞먹는 규모다.


A씨는 굴삭기 등을 이용해 현장에 자생하고 있는 나무들을 무단 벌채하거나 최대 높이 8m에 이르는 암석지대를 절토하고 평탄화 작업을 통해 100m가 넘는 진입로를 만들었다.

조사 결과 A씨는 해당 지역에서 개발 행위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범행이 발각되지 않고 개발이 이뤄지면 몇 배의 시세 차익과 막대한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A씨는 비슷한 방식으로 지난 2015년 약 1만㎡, 지난 2016년 5000㎡의 토지를 훼손해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의 선처를 받았음에도 재범에 나섰다.

설상가상 이 사건 범행 당시 A씨는 B씨, C씨와 공모해 모두 B씨가 저지른 일처럼 사건을 꾸며 B씨, C씨로 하여금 수사기관에 거짓말을 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한 번 훼손되면 복구가 매우 어려운 산림, 특히 보존가치가 높은 유네스코 생물권보호구역인 제주 산림을 훼손하고 이에 가담한 행위는 엄정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A씨의 경우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두 사람에게 거짓말을 시키는 등 죄책이 매우 무겁고 범행 이후의 정황도 매우 나쁘다"며 선고 배경을 밝혔다.

제주 '곶자왈'은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희귀 동식물이 공존하고 깨끗한 지하수가 보존돼 있는 등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어 자연 자원과 생태계의 보전 가치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곶자왈은 제주특별법이나 산지관리법, 문화재보호법 등 다양한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곶자왈을 무단으로 훼손할 경우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 이하 벌금이나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미 수많은 개발로 전체 곶자왈 중 32%가 파괴됐으며 여전히 곶자왈 불법 훼손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토지 소유자들이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곶자왈을 개발했을 때 그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태 보전 지역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는 개인의 사유재산권 침해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처벌 기준을 마냥 높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산림청에서는 50억 원을 투자해 곶자왈 사유림을 대거 매수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나섰으며 지난 2일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은 추가로 곶자왈 14만 5000㎡를 매입해 지금까지 약 126억여 원을 들여 총 102만 3981천㎡의 곶자왈을 매입, 공유화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