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지난 16일 방문한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거리는 모처럼 여행을 만끽하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른바 맛집으로 유명한 음식점마다 각종 기념품이 담긴 쇼핑백을 든 관광객 줄이 길게 늘어섰다. 주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일본 프랜차이즈 라멘 전문점 '이치란 라멘' 오사카점 대기줄에선 한국말만 들릴 정도였다.
일본 정부 관광국 자료에 의하면. 10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49만86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2.5배나 늘었다. 전체 관광객 중 한국인이 12만29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5만3200명)·홍콩(3만6200명)·대만(3만5000명) 순이었다. 게다가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인천공항에서 일본을 찾는 여객수가 34만3931명에 달해 11월 한달간 방일 한국인 관광객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비자 입국 허용·면세한도 증가도 원인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바겐세일 쇼핑'을 노리는 여행객도 많다. 지난 10월 무비자 입국 허용 직후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A씨(32)는 다시 11월 말과 내년 3월 각각 후쿠오카행, 도쿄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주 목적은 쇼핑으로, 틈날때마다 면세 한도를 꽉 채워 물품을 구매했다. A씨는 "체감상 한국보다 30%는 싸게 사는 느낌이라 호텔과 비행기값이 공짜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화 환율은 전일대비 0.9원 오른 955.2원으로 마감했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상태다. 2019년 100엔당 1059.8원이었던 환율은 계속 떨어져 9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면세한도 증가도 일본행 러시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9월 6일부터 해외여행자가 반입하는 휴대품에 대한 면세한도를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여행자 휴대물품 면세한도는 내국인이 출국 면세점과 해외 등에서 면세품 구매 후 입국할 때 반입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다. 초과시 초과금액분에 대해 20%의 관세를 매긴다.
일본을 오가며 구매대행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B씨(31)는 최근 매출이 20%이상 늘었다. B씨는 "엔저 현상으로 구매 문의가 많아졌고, 일본 체류비용이 줄어 부담이 훨씬 덜해졌다"고 말했다. 일본 물품 수요 증가는 온라인 해외직구 통계로도 확인되는데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일본이 1053억원으로 전년 대비 38.0% 증가했다.
"NO재팬? 이젠 옛말" 일본산 구매 급증
2019년 '노재팬 운동'으로 촉발된 반일감정이 옅어진 것도 일본 여행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오는 12월 후쿠오카행 비행기표를 예약한 직장인 C씨(26)는 2019년 교토 여행당시 노재팬으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행 사진을 못 올렸다. C씨는 "이번에는 눈치보지 않고 여행을 즐기다 올 예정"이라며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노재팬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품목들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산 맥주로, 관세청 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량은 1만4997톤으로 2021년 총 수입분 7750톤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이 급감했던 SPA브랜드 유니클로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21년 529억여원으로, 2020년 883억원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기자가 지난 16일 일본 오사카 우메다 백화점 유니클로에서 만난 D씨(28)는 캐시미어 니트를 구매했다. D씨는 "면세를 받으니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 4만원 정도 싸게 샀다"며 "1~2년전만 해도 노재팬 운동으로 유니클로 입기가 꺼려졌지만 이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시간이 흐르며 반일 감정이 줄어 자연스럽게 일본 여행이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엔저 현상이 맞물리며 소비자들에게 일본은 점점 더 매력적인 여행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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