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보고서에서 밝힌 노란봉투법의 헌법 위배내용은 먼저 재산권과 평등권 침해, 직업의 자유 제한이다.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노조에만 주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손해배상 제한으로 파업이 빈발하면 결국 사업자의 정상적 영업활동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차 교수는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압류 신청 제한 등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함으로써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의 폭력·파괴행위에 대한 면책은 법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의 합법화, 즉 정당하지 않은 내용을 입법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들어 보면 법을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 다른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법안이라고 잘라 말할 정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불법파업까지 정당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법안의 이름을 '합법파업보장법'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내용까지 합법파업에 국한하는 것으로 바꿔야 할 터인데 그런 언급은 없다.
이런 법안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프랑스는 유사 법안을 입법화했지만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바로 위헌결정이 내려져 폐기됐다. 영국은 노조에 손해배상 상한이 적용되는 정도이고, 개인은 손해배상 상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입씨름만 되풀이하다 합의점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법리를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노동자의 편만 들었다. 학계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설령 이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활용될 수도 없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를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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