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무역적자 400억弗 비상 시국에 총파업 재 뿌리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1 18:03

수정 2022.11.21 18:03

반도체·선박·철강 수출 급감
화물·철도·지하철 마비 우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18일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18일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우리 경제를 먹여 살려온 수출이 갈수록 가시밭길이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전체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7%나 줄어 두 달 연속 후퇴를 기록했다. 수출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걱정이 더 커진다. 주력품들이 약속이나 한 듯 뒷걸음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30% 가까이 급감했다.
철강, 선박, 무선통신기기 같은 주력업종도 마찬가지다.

최대 교역국 중국에 대한 수출이 28%나 줄어든 것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난달까지 포함하면 6개월 연속 대중 수출이 감소한 것이다. 중국 시장은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곳이다. 올해 5월 28년 만에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하며 충격을 줬다. 9월에야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듯했으나 지난달 다시 적자가 났고, 이달 역시 반전에 실패했다.

지금 구조가 고착화되면 향후 무역적자 폭은 더 심각해진다. 그러잖아도 올해 연간 무역적자는 400억달러에 육박한 상태다. 연간 무역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월별 연속 적자는 이달까지 합쳐 8개월째다. 25년 만의 기록이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실패하면 경상수지까지 위협받을 것이며, 다시 금융위기에 휘말릴 수도 있는 것은 물론이다.

복합위기가 코앞까지 닥쳤는데 노동계는 아랑곳없이 전면 총파업을 예고하며 실력 행사를 다짐하고 있다. 이런 무책임도 없다. 민노총 산하 화물연대는 오는 24일부터 조합원 2만5000명이 무기한 운송거부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23일부터 10만여명 규모로 총파업을 벌인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30일부터 지하철 운행을 최대 50% 감축해 시민의 발을 묶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기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25일 파업을 예고했다. 규모로 볼 때 역대급 동투(冬鬪)가 아닐 수 없다.

전국의 화물, 철도, 지하철 흐름을 막아 주요 산업 숨통을 죄겠다는 것이 노조의 계획이다. 산업의 모세혈관인 물류의 맥이 끊어지면 업계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8일간의 화물연대 파업으로 입은 업계 피해액이 2조원대다. 고환율, 고금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지금 여건에서 물류마비까지 현실화할 경우 기업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국가 전체 경제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도 말할 것 없다.

이번 노동계 동투는 정치적 성격이 다분하다. 안전운임제 연장건 등 연말 대형 노동이슈에서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고, 대정부 투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현장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는 식의 생업과 무관한 정치구호가 난무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노동계는 지금의 엄혹한 경제현실부터 돌아봐야 한다. 명분 없는 파업으로 더 이상 경제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결코 그럴 때가 아니라고 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