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정치가 경제 걸림돌 돼선 안된다는 경고 새겨듣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2 18:20

수정 2022.11.22 18:20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역대 경제 수장 24명의 고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과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안승철 전 KDI 원장이 21일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과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안승철 전 KDI 원장이 21일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걸어온 지난 시간은 세계사에서도 유례없는 기적의 순간이라 할 만하다. 6·25전쟁이 끝난 1950년대, 1960년대는 온 나라가 가난과 굶주림의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없던 시절이었다. 여러 경제지표들은 그때로부터 지금 얼마나 눈부신 성장을 거뒀는지 말해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만3800원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지난해엔 4003만원으로 무려 3000배 가까이 증가했다.
1인당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100배가량 뛰었다. 살림이 그만큼 피었다는 의미다. 자동차 등록대수는 1966년 5만대에서 지난해 2437만대로 불어났다. 놀라운 수치는 수도 없이 많다.

기막힌 성장의 견인차는 창업 1세대들의 과감한 도전,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미래를 준비했던 국민들이라 할 수 있다. 경제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정책 엘리트들의 투지와 용단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들 모두의 피와 땀이 오늘날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 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뼈아픈 경고도 쏟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경제개발원(KDI)이 21일 주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간담회에서 나온 경제원로들 지적이 그러했다.

역대 24명의 경제수장이 간담회에 참석해 "지금이야말로 복합 중층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상황(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금방 무너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켜가는 것도 굉장히 어려울 것(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이라는 발언은 지금 경제상태를 그대로 말해준다.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언제 넘어질지 모른다"라며 과감한 규제개혁을 촉구했다. 그는 "역사적 숙명을 다한 공기업은 정리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지당한 말이다. 귀담아듣고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할 조언이라고 본다.

정치가 국가의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질타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위기 국면일수록 정치의 역할은 커지기 마련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통합을 이끌고 국회가 경제를 살릴 입법에 앞장서는 것이 성공한 나라들의 룰이었다. 정치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한국의 발전은 앞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백번 맞는 말이다. 진영으로 갈린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희망이 있는 것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고브는 삼성전자가 구글을 제치고 글로벌 최고 브랜드 1위에 올랐다고 최근 밝혔다.
해마다 브랜드 순위 단계를 올려온 삼성전자가 이제 더 오를 곳 없는 세계 최고가 된 것이다. 이렇듯 세계를 매료시키는 기업들이 등장해도 정치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가 더 이상 경제의 걸림돌로 돼선 안 된다는 경제원로들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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