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럽에 다시 천연가스 공급 차단을 협박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가스관인 우크라이나를 거쳐 서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다음주부터 일부 틀어 막겠다고 위협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 가스의 유럽 공급은 또 다시 줄어든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경 가스관 독점 사업자인 가즈프롬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거쳐 몰도바로 가는 가스를 빼돌리고 있다면서 28일부터 공급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를 거처 몰도바로 가는 러시아 천연가스는 유럽 전체로 가는 전체 가스 공급물량에 비해 비중이 작지만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급격히 감소한 터라 소규모 감축으로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클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이 유럽이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받는 유일한 경로다.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유럽 에너지 시장을 다시 한 번 뒤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럽이 러시아의 공급 차단을 염두에 두고 가스 저장을 확대해왔지만 여전히 겨울 한 철을 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ICIS의 톰 마르첵-만세르는 가즈프롬의 위협이 지금 당장은 우크라이나를 거쳐 몰도바로 가는 러시아 가스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중개인들은 이번 감축이 추가 감축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금껏 소규모 감축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감축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밟아왔다.
마르첵-만세르는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러시아가 올 겨울 우크라이나를 통한 서유럽 가스 공급 잔여분을 틀어막겠다는 협박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소규모 공급 감축이 아주 빠르게 더 큰 규모의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유럽은 추운 겨울철 수개월 동안 가스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아직 숲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뒤 이에 대해 서방이 제재를 가하자 천연가스를 '무기화'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1 같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가스관을 포함해 현재 우크라이나 가스관 단 한 곳만 남기고 모두 폐쇄했다.
현재 유럽으로 공급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규모는 전쟁 이전의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때문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폭등했다.
러시아가 몰도바로 가는 가스 공급을 줄이겠다고 경고한 이날 유럽 기준물인 TTF는 장중 최대 4% 급등해 메가와트시당 120유로로 뛰었다.
앞서 TTF는 8월에는 300유로 넘는 수준으로까지 치솟은 바 있다. 유가로 환산하면 배럴당 500달러가 넘는 유가다. 러시아가 독일로 가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차단한데 따른 것이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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