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배터리 투자 러시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포스코케미칼, 코스모화학, 한화솔루션, OCI 등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폐배터리 활용 분야를 신성장 사업으로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8월 7일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와의 합작법인(JV) ‘㈜한국전구체’ 설립을 마치고 추후 폐배터리에서 뽑아낸 재활용 금속으로 전구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전구체는 양극재 재료비의 70%를 차지한다. 양극재는 배터리 평균 전압·에너지밀도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포스코케미칼도 모회사 포스코홀딩스와 폐배터리를 활용한 순환경제 사업에 나선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8월 말 폴란드 브젝돌니시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했다. 현재 포스코케미칼은 북미·유럽·중국 등 해외 진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폐배터리 시설에 직접 투자한 화학사도 있다. 코스모화학은 지난해와 올해 6월 약 460억원을 들여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 및 원재료 구매 등에 투자하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26일에는 분체이송시스템 전문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디와이피엔에프와 158억9000만원 규모의 리튬회수시설 수주계약을 맺었다.
디와이피엔에프가 수행하게 될 업무는 ‘후처리 공정’에 필요한 상세 설계, 기자개 공급, 설치 시공 등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에는 폐배터리를 방전·파쇄해 구리, 철, 알루미늄 등을 선별해내고 블랙파우더(전자기기 분쇄 시 나오는 가루)를 만드는 ‘전처리 공정’과 습식 공정을 거쳐 블랙파우더로부터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을 추출하는 후처리 공정이 있다. 코스모화학은 현재 후처리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2050년 600조 시장, 경기침체 돌파구
한화솔루션과 OCI처럼 자동차 업계(현대차)와 손잡은 곳도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5월 현대차와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OCI도 지난해 현대차와 전기차 폐배터리와 태양광 발전소를 연계한 재사용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이처럼 석유화학업계가 폐배터리를 활용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폐배터리 시장의 높은 성장성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2조원 규모에서 2030년 21조원, 2040년 87조원, 2050년 60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플랫폼을 통해 순환경제 사업에 진출한 화학 기업들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SK케미칼이 ‘이음’이라는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음은 플라스틱 업계와 브랜드 오너들에게 재활용 소재에 대한 경험과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마케팅 채널을 제공한다.
과거 화학산업이 중심이었던 SKC도 올해 4월 ‘마이그린 플레이스’라는 플랫폼을 소개했다. SKC는 이를 통해 친환경 문화를 확산하고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페트(PET), 폴리에틸렌(PE) 등 알기 어려운 소재에 대한 설명도 함께 진행한다. 앞서 LG화학도 올해 초 실천 기부 플랫폼 ‘알지?’를 출범했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포함해 환경문제 등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순환경제가 중요해짐에 따라 사업 형태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변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