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車·철강 물류 '올스톱' 비상… 파업 1주일 넘기면 2조 피해 [줄파업 예고, 산업현장 긴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3 18:12

수정 2022.11.23 18:12

화물연대 5개월만에 또 파업
車업계, 부품 재고 확보 안간힘
철강, 고객 납기 앞당기기 총력
기획성 파업… 장기화 가능성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인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 총파업 현수막을 단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2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인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 총파업 현수막을 단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2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화물연대가 5개월 만에 또다시 총파업(집단 운송거부)을 선언하면서 산업현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별로 비상대응계획은 세워놨지만 물류대란의 파고를 견딜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1주일 남짓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총파업의 최대 변수는 파업 장기화, 비노조원의 동조 여부다. 8일간 지속됐던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산업계의 피해규모가 2조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산업계의 피해액은 2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車업계, 부품공급 비상계획 수립

23일 현대차 관계자는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 "부품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 측은 "자동차의 경우 1차 하청업체(벤더)만 300여개, 2·3차까지 포함하면 2000~3000개 업체가 있어 이 중 어떤 회사의 물류가 멈춰설지 예단하기 어려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별로 부품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6월 총파업 당시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와 기아의 피해가 컸다. 부품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공장 가동중단이 반복됐고, 카캐리어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탁송에도 문제가 생겼다. 고육지책으로 일반 직원까지 동원해 완성차를 한 대씩 출고센터나 물류거점지 등으로 옮기는 '대작업'이 진행됐다. 이른바 '로드탁송'이다. 해당 신차에 대해선 고객에게 보증기간을 2000㎞ 연장해주고, 차값에서 일부를 빼주기도 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산업통상자원부에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비상대응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6월 파업 당시 자동차 업계 피해액은 2500억원에 달했다.

철강업계도 고객 납기를 앞당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강업계의 물류대란은 건설, 자동차, 조선업종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을 포함한 국내 5개 철강사는 6월 총파업 당시 72만1000t을 출하하지 못했다. 이에 따른 피해액만 1조15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포스코는 고로 가동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갔다. 공장 내 제품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해 선재 1~4공장, 가전제품용과 고급 건자재용을 생산하는 냉연 2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대제철도 인천공장과 포항공장의 일부 전기로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장기화되나…"기획성 연쇄파업"

화물연대 파업은 시작만으로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특히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3년 연장하겠다며 갈등 봉합을 시도하고 있어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화물연대와 극적 타협이 가능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주 후반 파업 장기화 여부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가 화물기사에게 적정운임을 보장해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제도다. 노조의 비노조원에 대한 파업동참 압박도 변수다. 경기가 후퇴하고 있어 급여손실을 감내해가면서 파업에 동참할 유인이 전보다 약화됐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정치화에 노동계 내부의 기득권 투쟁이 더해지면서 국민의 시선이 전 같지 않다는 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파업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반면 이번 파업이 민주노총의 기획성 연쇄파업의 일환인 만큼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보름 이상 진행되면 '파업 장기화'로 본다"면서 "이 기간이 넘어가면 거의 모든 물류가 발이 묶이게 되는데, 민주노총이 안전운임제뿐만 아니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등 관련 노동관련 법안들을 패키지로 묶어 기획성 연쇄파업을 예고한 만큼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노조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와 여의도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아울러 공공운수노조 총파업(23일), 화물연대(24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와 학교 비정규직 노조(25일), 서울교통공사 노조(30일), 전국철도노조 파업(12월 2일)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구자윤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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