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 제재에 대한 비난 담화를 발표하면서 추가도발의 명분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전·현 정권을 비교해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등 도를 넘는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한국과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추진을 비난한 담화에서 "(남한)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 부부장은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며 전 정부와 비교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난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의 분열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서울과녁까지 언급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과 분노를 상징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 외에도 900자 정도의 짧은 분량의 담화 대부분을 남측에 대한 막말로 채웠다. 남측을 향해 "갈데 없는 미국의 충견이고 졸개", "미국이 던져주는 뼈다귀나 갉아먹으며 돌아치는 들개에 불과하다"는 등의 거친 말을 쏟아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그들은 수소폭탄과 ICBM까지 보유하고 있어 미국과 상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안보를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남한군은 북한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그들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남한 정부를 향해서는 "천치바보", "멍텅구리", "뻔뻔스럽고 우매" 등의 표현을 동원해 조롱 조로 공격했다. 김 부부장의 이같은 막말 비난 담화는 향후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한층 더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되게 만든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말 폭탄을 통한 한반도 긴장국면을 지속하려 한다"며 "북한은 ICBM을 포함한 30여 차례 미사일, 재래식 전력의 총동원, 9.19 군사합의 무효화 시도 등을 통해 고비용 도발을 해 왔는데, 동력을 살리기 위해 이번에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거친 언사를 쏟아내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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